중국 '양회'에 대한 실망감으로 잔뜩 찌부렸던 20일 오후의 증권가. 장 마감 직후에 '중국 내란'이라는 느닷없는 대형 복병이 나타났다.
가뜩이나 차이나 리스크 불안에 움츠렸던 투자자들은 전날 1.4% 하락한 상하이 증시의 기억을 '내란'에다 짜맞추면서 너도나도 '블랙 데이'를 예감하기에 충분한 저녁이었다.
국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는 저녁 내내 1위를 지킨 것도 내란 소식이었다. 비교적 차분하던 외신들과 달리 호들갑을 떨던 국내 언론들은 늦은 저녁시간부터 현장에서 타진돼 온 베이징 특파원들의 보고로 인해 차츰 차분한 어조의 뉴스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21일 아침. 각 언론사들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뉴스에서는 일단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의 중국 내란 특종 보도가 오보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도화선을 제공한 대기원시보 역시 해당 뉴스를 내림으로써 간접적으로 오보였음을 시인하는 분위기다.
중국대사관 측도 여론을 의식한 듯 "베이징 시내 중심가는 평소와 같은 분위기며 이상 징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류의 오보는 대개 매체 간 경쟁에 의해 팩트(사실)를 잘못 해석하거나 과대해석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이번 경우는 좀 달랐다. 대기원시보가 지닌 특유의 반 중국 성향 보도경향이 크게 작용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셈이다. 파룬궁 탄압에 의해 중국에서 추방된 신도들이 운영하는 매체라 처음부터 진실을 의심하는 네티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일이 커진 건 무슨 사연일까?
상대가 G2의 중국인만큼 어제 오보 사건의 배경과 구조적 문제를 재구성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기원시보가 특종 게재한 한 장의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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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밤 베이징 도심에서 촬영됐다는 이 사진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리 데린(Li Delin)이라는 사용자가 올린 것. 대기원시보측은 리 데린 씨가 중국 경제지인 '주간 증권시장,의 편집위원이라 밝혔다. 이 사진이 바로 베이징으로 진입하는 무장병력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의 선명도로 보아 무장병력을 확인할 만한 요소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중국 인터넷에 떠돈 또 한 장의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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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에서는 합판 혹은 얇은 철판으로 보이는 가림막 하단부에 탱크의 것으로 보이는 바퀴와 체인이 선명하게 확인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진이 언제 어떤 경로로 누구에 의해 중국 인터넷에 나타났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
결과적으로 이번 내란소동은 오보이다. 그러나 오보로 끝날 문제만은 아니다. 재해석의 관점에서 대기원시보측은 '보시라이(薄熙來) 낙마 사건'에 따른 중국 지도부의 권력투쟁 상황에 예민하게 망원랜즈를 맞추고 있던 상황에서 위 사진을 접하게 됐으리라 추정된다.
이 사건의 진실은 보시라이를 축출하려는 후진타오(胡錦濤), 원자바오(溫家寶)를 비롯한 현 지도부와 위기에 처한 그를 구하려는 저우융캉(周永康) 등 장쩌민파 간의 벼랑 끝 싸움에서 시작된 것이다. 후진타오측이 쥐고 있는 인민해방군 지휘권과 저우융캉의 손에 달린 무장경찰 병력 운용권이 서로 충돌할 수도 있다는 예측 와중에 바로 이 한 장의 사진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었다.
특히 군부와 경찰력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보시라이의 낙마가 그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는 어렵다는 관측에 이날 웨이보의 사진은 거대한 오보의 폭발력을 일으키고 말았다.
오보와 진실 사이의 문제를 재구성해 보자. '내란'은 오보였고, '내분'은 진실이었다. 이것과 그것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만약 현재의 내분이 잠재적인 내란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만 대기원시보의 오보는 도의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나날이 예민한 이슈가 등장하면서 언론 관계자들이나 독자, 네티즌들 역시 균형감과 냉정함이 요구되는 요즘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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