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국가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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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국가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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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제한 개인 동기, 반한감정 부추겨

중국 내 탈북자들의 처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12일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장에서 벌어진 남북 인사들의 충돌 소식은 우리 모두의 낯을 뜨겁게 했다. ‘망신덩어리’라며 비난을 쏟아 붓는 북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의 뻔하고도 뻔뻔스런 선동문구들이 이번엔 조금 뜨끔하게까지 느껴지는 건 왜일까?

여당이 잘 못하면 국회에 최루탄도 뿌리고, 몸싸움도 즐기는 우리 정치인들의 특기가 이번엔 나라밖에서, 그것도 우리 국민이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는 유엔본부에서 일어났다. 그날 그 순간에 그들은 정말 탈북자를 생각한 걸까? 그랬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일로 받게 될 국가적 이미지 피해와 국격의 손실은 전혀 고려치 않은 걸까?

오늘은 일본의 한 네티즌이 “한국인 여러분, 공해로 괴로워하면서 죽어주세요.”라는 메시지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한다. 일전에 한국 네티즌이 올린 “일본인 여러분, 지진으로 죽어주세요”라는 동영상의 화답이란다.

인권이라는 대의명분이든, 반일 또는 반한의 감정이든, 어떤 동기로든 목적을 위해 자신이 속한 나라의 체면에 먹칠을 하는 행위는 도덕적인 차원의 범죄다. 충분한 동기가 있으므로 괜찮다. 이런 생각은 마치 “너는 나쁜 사람이므로 어떻게 해도 좋다.”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인가?

만약 그런 행위들을 합리화하려 한다면, 과거 ‘태극기 요리’를 해 먹으며 한국을 저주한 한 중국 청년의 행동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어야 한다. 거기서 동기와 행위가 문제인가? 아니다. 문제는 그 행위의 대상이 어느 국가이거나, 이번 유엔 사건처럼 그 피해자가 자신의 국가라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관념과 반응체계를 가진다. 이를테면 일본에 큰 지진이 났다면 인도적 차원의 동정심과 별개로 일본에 대한 쌓인 증오심의 본연적 발로를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 요점은 “그러니 고소하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는 거다. 심지어 당시 조용기 목사 같은 종교 지도자가 “일본인들이 우상숭배 때문에 하나님을 멀리해 경고를 받은 것”이라 말했었다.

그것과 그것은 별개 문제다. 일본의 역사적 과오나 우상숭배, 그것과 지진은 별개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만약 한국인 네티즌이 ‘지진’을 문제 삼지 않고 과거사를 근거로 일본의 패망을 조리 있게 설득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거기다가 지진문제만큼은 “안타깝다.”는 말을 곁들였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타이완의 택시 뒷 문짝에 ‘한국인은 안 태운다.’(拒載韓國人, NO KOREAN PASSENGER)라는 문구가 붙었다 한다. 놀랍고 슬픈 일이지만, 누구를 나무라겠는가? 타이완과 한국 간의 외교적 갈등을 논하기 전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 한 타이완 택시에 적힌 한국인 승차거부 문구.
ⓒ 뉴스타운
 
 

내가 한 로맨스와 남이 한 스캔들이 교차하는 사이에 공든 탑이 무너져 가고 있다. 날로 세를 더해가는 반한감정의 틈바구니에서 소녀시대의 한류도, 삼성전자의 인기도 시들어갈 수 있다. 자극하지 않아도 일본이나 중국, 타이완의 제도권과 미디어들이 반한감정이라도 일으켜서 자국 대중문화와 자국산 상품을 지켜보자는 판이다.

거기다 기름까지 뿌릴 일인가? 이것이 명백하게 반국가적 행위임을 우리 모두가 인식할 때 그들의 용기가 만용에 다름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나라를 상대로 투쟁하고 정치인을 비판해 온 경험으로부터 서서히 조국에 대한 관념이 박약해지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 왔다.

우리의 기억 속에 국가는 너무 엷은 존재인가? 어쩌면 이미 가치관의 앞자리에서는 멀어진 잊혀진 존재인가? 불과 60년 전에 잃어버렸던 우리의 조국에 대한 아픈 기억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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