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이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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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이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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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나도 무언가를 하고 싶다

서로 형제보다 더 가깝게 지내는 가족들 중에서 임 형이 지방간이 걸리는 바람에 금주를 하게 되었다. 의사는 한 달간의 금주를 권했었다. 우리 모두는 술을 좋아하는 임 형이 과연 한 달간의 금주를 이겨낼 수 있을까 조바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들 돕기 위해 가족간의 모임이 있을 때에도 가급적이면 술을 마시는 것을 자제했었다.

임 형의 뒤를 이어 내가 엄청나게 큰 종기를 떼어내는 수술을 했다. 전부터 있어왔고 조금씩 크기가 커져서 불편하긴 해도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있는 것이라, 언젠가 떼어내리라 마음은 먹었어도 차일피일 미루어오던 양성 지방종인데 그것이 곪아버린 것이다. 미련한 나는 병원 찾아가기를 몇일 미루었고, 그 사이에 그 혹은 완전히 고름주머니로 변해버렸다. 결국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수술을 하고 난 상처는 엄청나게 컸었다. 하지만 뜻밖에 수술을 한 외과의사는 술을 먹어도 좋다고 선선히 대답을 했다. 그건 수술 날 바빠서 병원에 오지 못한 임 형이 수술이후 첫 치료를 받는 날 따라와서 의사에게 두 번이나 물어서 확인한 내용이었다. 그래도 나는 무려 17일간이나 술을 참았다. 사람의 마음이란 희안한 것이라서, 한번 술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니 정말 손톱만큼도 술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18일째 홀로 남은 김 형의 고독을 덜어주기 위해 나는 비로소 술잔을 손에 잡았다.

김 형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술을 자제하는 것 같았고, 자신이 확실하게 말을 내 밷지는 않았지만 담배도 확연히 줄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임 형의 지방간에서 시작된 일련의 자연스러운 사태는 급기야는 광수 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연말에 음주 운전을 하다가 상대편의 실수로 사고를 낸 광수 아빠는, 음주운전이란 것 때문에 잘못을 하지 않고도 책임을 모두 물어야 되었다. 그도 자연히 술을 자제하는 분위기에 묻어들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런 흐름이었다. 이 흐름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임 형의 폭탄선언이었다. 그는 아예 앞으로도 6개월간 금주를 하겠노라는 거의 믿을 수 없는 선언을 했다. 처음에 우리는 그냥 해보는 소리거니 하고 흘려들었다. 놀라운 것은 그로부터 약 1주일 뒤에 연이어 터져 나온 임 형의 금연선언이었다. 골초라고 할 순 없어도 건강에 무리가 될 것 같은 상당한 흡연 때문에 가족들의 모임에서 항상 야단을 맞으면서도 꿋꿋하게 담배피기를 계속해 온 임 형이었다.

내가 작년 인터넷 신문에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욕을 들으면서 담배값의 대폭인상을 주장할 때도, 김 형과 함께 내 주장에 구구 절절히 찬성을 하면서도 꾸준히 담배를 피워 오던 그였었다. 그런데 갑자기 임 형네 가족과 우리 가족이 같이 속해있는 교회 성가대의 한 골초집사님의 금연선언을 계기로 성가대에 금연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자진해서 금연운동에 참가하기로 자원을 한 네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임 형이었던 것이다.

그 자원을 한 이후 우리 세 가족은 연말 여행을 함께 떠났다. 시간이 자유로운 김 형과 우리가 먼저 떠나고 사흘 뒤에 임 형네 가족과 합쳐서 휴가를 보냈었다. 임 형이 우리와 함께 한 첫날 저녁, 가족들끼리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하돈 본 임 형은 시계를 본 후 성가대의 고참 권사님에게 전화를 했다.
“권사님. 100시간째 보고 드립니다. 아직까지 이상 없습니다. 한가치도 피지 않았습니다.”

공개 금연운동을 벌이면서 이왕에 금연운동을 할 것이면 꺽어지는 시간마다 보고를 하고, 힘든 금연을 해 나가는 사람들을 함께 축하와 격려를 해주자는 뜻에서 권사님이 짜낸 지혜였다.

휴가가 끝난 다음 일요일. 예배가 끝나고 오후 성가연습이 시작되기 전 점심식사를 하는 중에 만난 권사님께 임 형은 금단증상에 힘들어하면서도 내가 보는 앞에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200시간째의 금연 성공보고를 했었다. 매 50시간마다 하는 네 번째 보고였었다.
“잘했다. 임 집사는 성공할 줄 알았다. 인자부터는 시간보고 하지 말고 꺽어지는 날짜마다 보고 해라이...”

일부러 정감 있게 사투리를 써가며 금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식사하는 곳마다 돌아다니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는 권사님이 그렇게 격려를 해 주셨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안을 하셨다.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은 1년 동안 담배에 들어가는 돈의 반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어놓자는 것이었다. 당연히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공개적인 금연을 하는 것과 더불어서, 그것 또한 힘든 금연을 돕는 귀중한 동기가 될 것 같았다.
“그래. 임 형 이번 기회에 아예 술 담배를 끊어라!” 나도 좋은 술친구를 잃는다는 아픔보단 임 형의 건강이 더 걱정이 되어서 솔직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별 이상한 운동을 다하고 있네. 나는 실컷 피우고 죽어 뿔란다.”라고 약을 올리는 김 형도 일부러 임 형이 있는 자리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슬그머니 밖에 나가서 피우고 들어오곤 했다. 그랬다. 우리는 이미 단순한 술친구가 아니라 진정으로 상대방을 생각해주는 진정한 친구들인 것이다. 그러기에 말로는 뭐라고 익살을 부리던, 상대방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사람들인 것이다.

장담할 순 없지만 나도 새해엔 술을 조금 줄여보려고 한다. 나의 음주는 결코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시작한 때문이다. 새로운 해. 좋은 친구들과 서로 격려를 주고받으면서 나도 무엇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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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자 2004-01-07 06:25:09
김광진님 님의 글 꼭읽어 보고 있지요. 저에게는 조카가 한 30여명 됩니다.
거기다가 손자까지 약 5-60명이 되지요. 촌수 웃기지요. 제가 8남매에 막내거든요.
그래서 손자가 많지요. 저에게 맏조카가 있는데 경북 문경에서 목사님을 하지요.
지댁이는 초등학교 교사구요. 몇년전 어려울때 그조카 속을 많이 썩였지요. 다혈질이라서 맏조카가 내때문에 무던히 속을 써였는데.저는 다행히도 백편집장하고 알게되어 영덕 봉화뉴스타운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종종 저희 동네도 놀러 오십시요.
전 어디가서 밥도 얻어먹을 줄도 모르고 그예날 가독도 ㅏㅍ 용원 수협중매인 할때는 꼬쟁이라는 별며이 붙을 정도 였습니다. 지금도 남에게 주는것이 마음편하지 얻어먹는데는 소질 없습니다. 혹시 제가 운영하는 뉴타가 그래도 사람들로 부터 괜찮다는 말을 들을때 30여명 되는 조카들을 전부 뉴타 기자를 만들겁니다.
왜? 막내니까 좀 못갈거든요. 봐주기도 하고요. 매번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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