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패배한 일본의 대표적 반도체업체 엘피다가 결국은 도산했다. 27일 도쿄 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엘피다는 세계 3위의 메이저로 일본 경제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엘피다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동종 기업들에게 끝없이 밀려나면서 자금력이 고갈된 셈. 일본 정부 은행과 민간은행들이 가담해 총 1300억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일종의 자금력 경쟁인 치킨게임(생존게임)을 지원했으나 거대한 빚더미를 남긴 채 자멸하고 말았다.
엘피다는 작년 4월부터 약 1년간 1000억엔(약 1조4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작년 말 기준 부채 총액은 4800억엔(약 6조7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오는 4월 회사채와 금융기관 차입금 대출 만기가 도래할 경우 추가로 2조원대의 자금부담이 더한다.
▲ (자료사진) D램 반도체 ⓒ 뉴스타운 | ||
치킨게임에서 엘피다를 지원했던 미국의 마이크론과 대만의 난야 등도 오래 전부터 입장을 바꾸었고, 엘피다의 거래선들까지 자금지원에 인색해지면서 예정된 파산의 수순을 밟아 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엘피다의 도산은 일본 경제 전체에 큰 충격이자 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NEC와 히타치가 D램 부문을 통합해 만든 엘피다의 도산은 곧 일본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 부채규모가 천문학적인 만큼 현재로선 누구도 엘피다의 회생에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들이 금융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는 분위기다.
금융계의 현실적 판단과 달리 일본 정부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엘피다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란 애칭이 상징하듯 엘피다는 일본 IT의 희망이자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 엘피다가 이대로 최종 파산까지 갈 경우 당장 일본 IT기업이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어서 정부가 그대로 방치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최대 경쟁자인 엘피다의 낙마로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당분간 승승장구를 지속할 전망이다. 당장 오랜 가격인하 경쟁의 주적이 사라지면서 가격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며, 불필요한 양산경쟁도 사라질 것이다. 실제 작년 말부터 D램 가격은 바닥을 치고 상승추세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7년 27.7%에서 지난해 45%까지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이같은 추세는 엘피다의 추락을 호기로 경쟁없는 독주시대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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