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얼마 전에는 중국이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렸다. 소련과 미국에 이어서 세계에서 3번째로 쏘아올린 유인우주선은 중국의 우주과학이 이룬 쾌거라는 찬사의 한편에, 중국이 쏘아올린 우주선의 추진체의 제한된 성능 때문에 우주선 탑승자가 엄청나게 왜소한 체격을 가진 사람이어야 했다는 비난이 쏫아져 나오기도 했다.
다 맞는 이야기다. 다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내 마음의 한편에는 다른 생각이 살며시 떠오른다. 그렇게 해서라도 우주에 갔다 온 그 사람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세상의 많은 아이들이 우주에 대한 꿈을 꾸면서 성장하다가, 결국 그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이라며 단념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그는 기회를 잡았고,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기회의 신이 그를 선택했고 그는 목숨을 담보로 한 모험의 끝에 결국 우주에 다녀온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중국의 유인 우주계획은 시대착오적이거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한 끝에 인권을 무시한 정책일지 몰라도 우주에 다녀온 그에겐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남극에서 조난당하고 목숨을 잃은 분과 그 가족에게는 말할 수 없는 애도를 표하고 싶지만, 그 기사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나는 남극에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몇 해 전 의사신문에 ‘남극 세종기지 파견 의사모집’이라는 공고를 우연히 보았던 때문이다. 당시에도 잠깐 마음이 움직이긴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바쁘던 나는 곧 생각을 접어버렸다.
매년 의사는 필요했을 것이고, 벌써 열명이 넘는 의사들이 남극을 다녀왔을 것이다. 우주에 다녀오는 것과는 달리 남극에 가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망자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단 한사람의 의사가 1년 동안 거의 모든 질병을 감당해야 한다면 가정의학과를 전공한 내가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남극에 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단지 잠시 그곳에 대한 명상을 하고, 이 글을 쓰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을 뿐이다. 뭔가 조금 다르게 삶을 살아보려고 마음을 먹은 지금도 여전히 그곳은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을 뿐이다. 나는 단지 그곳의 생활에 대해 마음속으로 상상을 해 볼 뿐이다.
남극 대륙. 온통 백색의 빙하와 눈으로 뒤덮힌 그곳에서 눈부신 하얀색과 강한 태양을 피하기 위해 짙은 색 구글로 눈을 가리고, 저마다 가슴에 맺힌 주체할 수 없는 끼와 사연 하나씩을 가지고 왔을 사람들과 어울려서 한해를 보낸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경험일까. 어쩌면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이 한번도 발을 딛어본 적이 없는 곳을 걷게 될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그곳에 가기 위해 필요할 조그만 노력을 하지도 않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곳에 갈 기회에 무척 가깝게 있는 몇 사람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단지 이런 행복한 상상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만다. 사실 되돌아보면 내가 가지 않았던 많은 길들이 있다. 굳이 남극이 아니라 이곳에서도 나는 마음을 먹으면 훨씬 경험들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삶에 머물고 만다. 가지 않은 길. 가지 않고 있는 길. 그리고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 그 모든 것이 결국 온전히 내 삶에 귀결될 것이다. 나는 매일같이 그런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아직도 그런 선택의 여지가 많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 만족한다. 그것은 아마 지금 내가 머무는 이 삶이 내 열망과 삶의 무게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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