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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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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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권 전문점의 갖가지 복권들
ⓒ 사진/이선영^^^
"오∼오늘 feel이 오는데"

복권을 긁기도 전에,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다. 뭔가 희망에 가득차 있는 표정이다. 왠지 느낌이 좋다며, 천천히 즉석복권을 긁어 내려가고 있는 한 사람이 유난히 눈에 띈다.

지켜보고 있는 나까지 괜한 기대에 부풀어 그 사람을 유심히 쳐다봤다. '얼마나 걸릴까?', '정말 대박 터지는 거 아니야?', '아는 척 좀 해봐?' 별 생각을 다 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의 아쉬운 목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

"에∼이 겨우 본전이잖아" 500원에 당첨된 것이다. 조심스레 다가가 복권을 왜 하느냐라고 묻자,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다 장황하게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짧은 순간이나마 잊어버릴 수 있어서요"라고 자신의 복권관을 설명했다.

이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의 인생 역전이죠"라고 복권전문점 주인 아저씨가 거들고 나섰다.

"복권으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어요"라고 서면에 위치한 한 복권전문점 사장인 한정훈 씨는 말한다.

개업한지 7∼8개월 됐다는 이곳은 하루 매상이 1백만 원 정도란다. 이는 요즘에 재미로 복권방에 들러서 즉석 복권을 긁고 가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져서란다.

언제부터인가 복권하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나 하는 걸로 여겨졌던 것이 이제 젊은 신세대 커플을 비롯해 넥타이를 맨 회사원 등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전국 곳곳에 10평 남짓한 복권전문점이 꾸준히 늘고 있는가 하면, 대중음식점이나 각종 행사의 사은품으로 복권을 나눠주기도 한다.

^^^ⓒ 일러스트/최인수^^^

현재 정부 부처에서 발행하고 있는 복권만 해도 24종. 여기에 각종 회사나 협회에서 발간되는 복권과 인터넷 복권까지 합하면 발행되고 있는 복권의 종류와 수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당첨금도 1억원에서 최고 20억까지 만만치 않은 당첨액수다. 최근에는 60억짜리 복권도 등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추첨식 주택복권의 경우, 1등에 당첨되려면 3백 60만분의 1이나 되는 경쟁률을 뚫어야 하고, 2등만 해도 그 확률이 60만분의 1이나 된다. 그래도 그 높은 확률을 뚫고 행운을 잡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니 복권에 대한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또한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만 같은 '대박'의 꿈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복권은 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즐거움이고, 어리석은 장난이고, 진통제고, 지적인 자극이다. 복권을 긁을 때만이라도 희망과 꿈과 기대에 부풀어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고, 내던지는 기분으로 구입한 단 몇 장의 복권이 때론 엄청난 행운을 안겨다 주기 때문이다.

한정훈 복권방 사장은 "지금까지 이곳에서 당첨된 당첨금 중 가장 큰 액수는 1억이에요"라고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았다. 당첨된 사람들이 고맙다고 말해줄 때 마냥 내 일인냥 기쁘다고 한다. 혹 그분이 어떤 꿈을 꿨는지 알고 있느냐는 말에 "그건 잘 모르겠어요. 말씀을 안해주시더라구요"라며 그때 일이 떠올랐는지 웃음을 지어보였다.

지난 98년에 주택은행이 고액당첨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1등의 행운을 차지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복권을 사기전에 꿈을 꾸는 등 꿈과 복권당첨 간에 상관관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게 조상·용·구렁이·고향 풍경·구슬 등의 꿈을 꾸며, 우리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돼지꿈의 경우, 돼지를 잡아야만 한다는 통계가 밝혀진 바 있다.

재미삼아, 흥미삼아 복권을 구입하는 우리들 마음속에 '나에게도 행운이 따라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운을 기대하는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집에 가기 전에 나도 복권을 사서 한번 긁어봐야겠다. 웬지 오늘따라 대박이 터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뭐야? 아∼꽝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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