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사태를 보며 느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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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사태를 보며 느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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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 29일의 노동자농민연대 부안군민 결의대회
ⓒ 사진/반핵부안^^^
온 나라가 시끄럽다. 나라의 한 부분에서 지속되고 있는 국민들의 거센 항의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움직임들이 늘 있어왔다. 권위주의 정권시절에는 그들을 타파하기 위해서,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진 후에는 국민들의 잃었던 권리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자유로워진 세상에서 더 많은 몫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견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여론은 때로는 강경한 투쟁을 하는 사람들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주장이 옳은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는 소요들에 진저리를 내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시위들에 대해서는 차갑고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는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는 조금씩 성숙되어가기도 했지만, 어떤 부분들은 여전히 제자리를 겪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번 부안군에서 시작된 소요는 좀 복잡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른 시위보다 큰 사회적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것이 특정한 직장이나, 이해집단의 단순한 이해관계에 관한 소요가 아니라 한 지역전체를 들끓게 만드는 민중시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반핵환경운동이라는 우리사회의 면면히 흘러온 운동의 줄기와 합류하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그들이 항의하고 있는 대상인 정부의 연이은 악수 때문이다.

그것이 어쩌면 지역의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당할 수도 있는 지역소요에 정당성을 부여하였다. 우선 정부는 부안군에 속한 위도에 핵폐기물 매립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한 태도로 일관하였고, 주민들의 우려를 잠재우기에 충분한 설득자료를 제시하지 못하였고 때로는 거짓말을 하기까지 하였다. 바로 그런 요소들이 핵 오염과 그 피해에 대한 주민들의 공포심을 더욱 자극하였을 것이다. 또 그런 정부의 태도가 반핵환경단체들의 주장이 폭발적인 설득력을 가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또 언론들의 선정적인 보도태도가 일단 흥분상태에 접어든 부안군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면서 지속적인 상승작용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언론의 사적인 감정이 평소에는 과소평가되고 때로는 무시되기도 했던 지역의 소요를 메인뉴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안주민의 항의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정당한 항의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사회의 정의를 지키고 정부의 잔악무도함에 대응하는 정의의 환경운동가가 되어버린 것 같다.

부안사태에 관한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할 핵폐기물 매립장의 위험성과 우리사회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차분하고 논리적인 논의는 실종되어 버렸다. 흥분과 분노 전 주민이 모인 집회와 촛불 그리고 엄청난 수의 전투경찰들은, 우리사회가 지나온 역사들과 겹쳐서 비쳐지면서 때로는 광주사태와 같은 억압에 대한 항쟁으로, 때로는 광화문에서의 평화에 대한 기원으로, 때로는 권위주의 정권과 투쟁하던 시절의 눈물겨운 투쟁의 이미지와 혼동된다.

부안사태의 핵심은 정부의 잘못된 핵폐기물 매립장 선정과정에 있다. 돈으로 위도 주민의 도장을 사고, 그 과정이 투명하고 공개적이지 못했기에 부안군민의 의혹을 낳았으며, 그로인해 자신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특히 어민들의 소득피해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그것에 반핵환경단체가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전 사회적 문제로 상승되게 되었다.

이제는 설사 부안의 핵폐기물 매립장에 대한 안전성이 충분히 획득되고, 검증된다고 해도, 부안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이 증대된 결과로 부안의 땅값이며, 부안의 수산물이며 부안을 향한 관광객이 끊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핵폐기물 매립장을 강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이 명확한데도, 정부는 소모적인 밀어붙이기를 계속하고 있다. 정부가 포기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의 상태에서는 부안군민들이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국민을 상대로 하는 소모적인 싸움을 그만두고 정부가 물러설 때이다. 그리고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핵폐기물 매립장에 대한 자료들을 공개하여야 한다. 그 후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어야 한다. 언론도 선정적인 태도를 버리고 문제를 본질에서 차분히 재조명 하여야 한다. 또 소요가 끝나는 것으로 다른 문제로 관심이 돌려져서도 안 된다. 이번사태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안면도, 굴업도에서의 실패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다시 무리를 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에너지 정책의 현주소에 대한 이해와 재평가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언론보도에서 핵폐기물을 처리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핵발전소를 건설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과소비 구조에 대한 지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부안사태는 정부의 졸속정책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지금도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는 우리 국민모두와 사태를 선정적으로만 보도한 언론에도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언론은 이번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예고하지 못했고, 사태가 발생한 후에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을 하지 않은 것은 선정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스스로의 책임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모든 잘못을 정부에게, 혹은 부안군민들에게 돌리는 우리 모두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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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의 선정적보도 2003-11-30 15:50:00
언론이 다분히 흥미를 끌기위한 기사로 쓰는 경향이 있지요. 13억중국인들이 왔다는등 그런 황당한 기사가 사람들을 얼마나 바보로 만드는지? 지금 언론들 뭔가 반성해야 할 점이 있을겁니다.

넘한 2003-11-30 18:38:53
정말 너무하더군요. 병원후송중인 의경을 폭행 한적이 없는데, 폭행했다고 하고...

진료거부한 것도 전혀, 사실 무근인데.. 기사화 하고..
대단!

아예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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