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이, 미선이를 추모하여 전국민적인 호응하에 벌어져 작년 겨울을 내내 환하게 밝혔던 촛불시위. 촛불시위는 그만큼 우리 사회의 시민 의식이 성숙했음을 알려주는 것으로 그 자체가 우리 나라의 역사에 길이 남아야 할 소중한 '사건'이다.
그 소중한 역사를 기념하여서 종로구청 스스로가 앞장서서 세워야 마땅했을 소중한 기념물을 도로교통법을 내세워 철거하겠다고 한다. 도로점유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건출물이라는 것이 바로 철거하겠다는 이유이다. 종로구청은 이뿐 아니라 이미 지난달에 종로경찰서에 기념비를 세운 여중생 범대위 공동대표를 고발하기까지 했다.
종로구청은 얼마 전 이라크 전 파병을 반대하며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종교계 원로인사들의 시위 물품을 압수하고 폭력적으로 해산을 시킨바 있다. 종로구청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그들의 함성의 흔적을 지우는 데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이 제대로 개정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바른 길을 걷도록 촉구하는 의사 표현을 평화적으로 할 자유마저도 제한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맨 앞줄에 종로구청이 서 있는 것이다.
하긴 종로구청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들이라고 무슨 힘이 있어서 광화문을 가득 채웠던 그 끝없는 국민들의 함성을 잠재우려고 앞장을 서겠는가. 그저 약한 국가의 지도자로 자신을 뽑아준 지지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얻은 군통수권을 힘없이 쓰러져버린 약소국을 완전히 점령하는 것을 도와주려 보내야 하는 슬픈 대통령의 눈치를 보아서가 아니겠는가.
남의 나라를 간단히 점령한 강한 군대인 미군의 비싼 피를 절약하기 위해, 우리 군인들의 값싼 피로 대신하겠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 그 무력한 정치 앞에서는 결코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 추궁과 재발 방지가 이루어질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차가운 바람이 부는 광화문 앞에서는 외로운 촛불시위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억울함이 가슴을 더 강하게 누를수록, 약한 민족의 슬픔이 우리들의 가슴에 더 강하게 피어오를수록 광화문을 밝히는 촛불도 더욱 활활 타오를 것이다. 29일에 촛불 시위 1주년 시위가 있다고 한다. 그날 광화문은 또 우리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메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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