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포나 되었을까
만취한 친구를 끌어안고 자정무렵 그의 아파트 앞서 택시를 내렸다. 몇년전에 단 한차례 근방까지 온일이 있었지만 늦은밤이어서 103동인지 105동인지 기억이 안났다. 사지가 축처진 친구는 인사불성이다. 현관계단에 앉히고는 마침 내려오던 주민에게 이분이 몇호에 사시냐고 물었지만 모른다는 얘기다.
옆동으로 이동해서 혹시 입주민이 뵈려나 했지만 인기척조차 없다. 전혀 몸을 못가누는 친구를 화단벽에 기대게 하고 아파트입구 관리실을 찾는데 15분가량 걸렸고 겨우 호수를 알고 관리원과 같이 화단쪽으로 갔더니 주차장 보도에 벌러덩 누워있다. 둘이 간신히 부축하여 엘리베이트에서 현관벨을 누르기까지 약 한시간이 소요된듯 시간은 새벽1시다.
10년전 부부모임서 자주 참석했던 부인을 이렇게 보게된 것은 근 10년만이다. 아파트문이 열리고는 "아니 무슨 친구들이 이지경 되도록 퍼마시도록 했나요"다. "죄송합니다"로 인사를 했지만 순간 '어 이건 아닌데' 싶었다. 그리고 울컥했지만 뒷걸음으로 수인사를 던지고는 새벽 2시께 귀가했다.
50년지기이긴 하지만 그와의 2차 술자리는 처음이고 "어이 오늘밤 너거들이 술한잔 사라"는 소리도 처음 들어보았다. 그래서 합석했고 이자리서 엉뚱한 주벽도 처음 알았다. 오래전부터 친구의 고약한 주벽에 대해서는 주위로 들은바는 있지만 직접 겪기는 첨 이란 말이다. 생면부지의 옆사람에게 욕지꺼리 시비를 던지고 엎어지며 비틀거리고 자빠지며 화장실을 오르며 소변을 질긴다. 평시와는 전혀 다른 인격체다.
나는 술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분위기를 잘 받아드리지 못한다. 호주가야 호주지기가 있어 이런 주사에 조차 이해가 넓은 군자가 될런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을 술에 관한 한 '쫌생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어이 친구야 이쯤의 나이에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라도 절주의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네'
이 일을 두고 자네가 "너 그날밤 고생했제. 정말 미안타" 란 말 한마디로 위안을 삼으려 했다마는 한 달이 넘도록 전화한통이 없으니 '참 섭섭한 친구녀석' 이란 느낌을 가질수 밖에. '너와는 죽는 날끼지 술자리는 안할란다' 우리 이나이부터라도 조금은 '잰틀'해지자는 얘기다.
그리고 이러한 술버릇이 행여 젊을 때부터 남보다 멀끔한 인물, 월등한 학력, 월등한 권력 금력때문에 생겼거나 남을 지배하고만 살아왔던 그렇고 그런 직업에서 비롯되지 않았기를 바란다. 원인이 이거라면 '너야 말로 쫌생이중에도 꼴통 쫌생이'여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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