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대고 돈벌며 줄 없는 사회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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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대고 돈벌며 줄 없는 사회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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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컴퓨터화 우려, 정보가 지혜로 바뀌어야

무엇을 동이거나 양쪽에 건너질러 매거나 하는 데 쓰는 긴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 '줄'이라고 사전은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줄이 있고 없고'가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가는 말할 필요도 없이 잘 알고 있다.

줄에 관한 우리 속담을 한번 나열해보자. 목에 거미줄 치다.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준비가 있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밥줄이 끊어지다(직업을 잃다). 세도가 빨랫줄이다(지위나 권세가 든든하다). 줄을 대다(중간에 사람을 놓아 모르는 사람과 친분을 맺다). 핏줄 쓰이다(혈연적인 친밀감을 느끼다).

세도가 빨래 줄인 줄 알고 줄을 대다가 줄을 잘못 대면 밥줄이 끊겨 목에 거미줄 친다. 밥줄이 끊기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핏줄을 댄다. 그래서 우리사회는 줄 없이 살 수 없는 사회라 말한다.

줄에는 썩은 동아줄이 있고 고래 심줄 같은 단단한 줄도 있다. 오늘날 우리는 지금 부정부패에 연루돼 줄줄이 감옥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본다. 정치인도 줄줄이, 경제인도 줄줄이, 폭력사범도 줄줄이 끌려가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보기도하고 읽기도 한다.

줄이 있어야 줄을 대고...

그리고 힘있고 돈 있는자 줄줄이 감옥에서 자랑스럽게 나와 카메라 앞에 보란 듯이 줄을 선다. 그리고 웃어 보인다. 크게 웃으면 얼굴에 줄(주름)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줄을 좋아한다. 줄 없으면 줄대려고 아우성이다. 줄 없으면 줄대려고 돈을 벌어야 한다. 학생은 쪽집게 선생에 줄을 대고, 선생은 시험 출제위원 되려고 줄을 대고, 정치인은 권력을 휘어잡으려고 줄을 대고, 조폭은 한목 잡으려고 정치인과 줄을 놓는다.

어린이는 영어 잘 하려고 원어민 선생에게 줄을 대고, 실업자는 취업하려고 줄을 찾는다. 그리고 일부는 줄 잘 잡어서 공부하고 취업하고 권력잡고 돈번다. 나머지 대다수는 줄줄이 줄에서 벗어난다. 이거 완전히 줄타령이다.

줄은 우리사회에 꼭 있어야할 필수품이다. 전화기도 줄이 있어야 작동하고, 텔레비전도 줄을 꼽아야 전기가 들어와 시청할 수 있고, 초고속 인터넷 망도 줄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렇게 줄은 우리 주변에 줄줄이 있다. 망(network)이 곧 줄이다. 줄 없으면 어디 가서 무엇을 언제할 것인가? 줄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줄은 이렇게 중요하다. 이와 같이 줄이 많다보니 복잡하다. 우리 주변에 과거 없던 줄이 엄청나게 많이 생겨나고 있다. 줄이 많은 세상이 선진사회다. 다시 말해 과학 기술이 발전된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줄'은 '줄 없음'을 필요로 하고...

그런데 줄이 많다 보니 줄이 꼴도 보기 싫어질 때가 있다. 컴퓨터, 텔레비전, 오디오 등 새로운 제품마다 그 뒤를 보면 왠 줄이 그렇게 많은가. 어지러울 정도다. 줄을 잘못 꼽으면 기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 인생살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줄은 제대로 대야 한다. 잘못대면 비싼 돈주고 산 문명의 이기(利器)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줄에는 빨간색, 노란색, 검정색 등 색상도 다양한 줄이 있다. 구분하기 위해 색을 줄에 색을 입혔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게 해 구별 지어놓는다 해도 줄이 많다보니 헷갈린다. 그래서 단순한 것을 사람들은 좋아하게 된다. 줄 없는 세상을 찾게되는 것이다.

줄 없는 세상. 이를 달리 말하면 '무선(wireless)세상'이라 할 수 있다. 무서운 세상이다. 무선이니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 편리해서 좋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사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역시 줄 없는 세상이 우리를 편안하게, 편리하게, 간편하게 해준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이용하는 물품은 줄 없는 것을 원하면서 우리들의 삶 속에서는 줄을 찾아 헤맨다. 줄을 제대로 대 큰 돈 벌어, 줄 없는 제품을 사서 즐거움을 찾으려한다. 줄이 있어야 줄이 없어지는지 우리는 이렇게 모순 속에서 살고 있다.

풍요로운 물질과 피폐해지는 정신

과학기술의 발달, 이는 인간의 지적 발달에 기인한 것이다. 지식은 날로 발전하는데 그 지식을 활용하는 지혜는 답보상태다. 정보와 지식은 날로 넘쳐나는데 이를 인간에게 이롭게 하는 슬기는 부족하다.

오늘날을 정보화시대라 한다.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보란 무엇인가? 영어로는 정보를 Information이라 한다. 즉 In(ward) + formation의 합성어라 할 수 있다. 정보는 무엇인가? 외부에서 인식한 것을 인간 내면으로 끌어들여, 아니 스스로 인식해 인간 자신의 것으로 형성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인간은 많은 것들을 inwarding한다. 각종 지식, 정보 매체를 통해 수없이 많은 것들을 인간의 정신세계로 집어넣는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내가 이만큼 머리 속에 담아있다고 자랑하듯 하나씩 끄집어내어 상대에게 말하며 자랑스러워한다. 맞다. 현대인은 지식과 정보가 많다. 그리고 물질도 주변에 많다.

문제는 그 정보와 지식을 돈버는데 치중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빈대떡 재료도 돈 없으면 못산다. 그러니 돈을 무시할 수 없다 온통 우리사회는 이런 돈 버는데 온 국민이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 사회시스템이 잘 갖춰지면 조금의 돈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그러하지 못하다.너도나도 돈타령, 자본주의의 속성이 그러하지만 우리사회는 그 도가 지나쳐 있다.

인간은 정보만 있는 무생물 컴퓨터화 되나?

사실 우리사회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돈은 적어도 남을 배려하고 함께 정을 나누며 굳건히 사는 삶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평소 우리는 그런 사람이 우리 주변에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사는 때가 많다.

언론은 사건 중심의 보도에, 상업적 성공을 향한 보도에, 자기와 뜻이 다르다고 윽박지르는 보도에, 고관대작들의 파렴치한 행위 보도에 치중한다. 미담이라든가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정신세계를 비추는 보도는 그리 많지 않다. 현대인은 어쩌면 보도를 통한 정보를 먹고사는 인간들일 것이다.

이러한 보도 형태가 우리들을 피폐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에는 "일등주의, 경쟁 부추기기, 사생결단, 생존, 처지면 죽는다"라는 의식만이 꽉 들어찬 것이다. 우리 주변에 기업도 많고 식당도 많다. 1등 하는 기업도 있고, 꼴지 하는 기업도 있다.

매출이 많은 식당도 있고 근근히 살아가는 식당도 있다. 1등과 꼴지가 공존하는 사회가 현실이다. 이런 엄연한 현실 속에서 1등을 제외하면 패배자로 간주한다. 이런 의식이 우리를 피폐하게 한다.

괴짜가 허락되지 않는 사회, 한 방향으로 줄을 서야 하는데 그 줄에서 벗어나는 자는 소위 '왕따' 당하는 사회, 아무리 좋은 일 많이 해도 돈 없는 사람이면 앞에서 존경하는 척하다 되돌아서면 무시하는 사회. 우리들 머리 속은 이미 "돈 넣고 돈 빼내기"사고로 가득 찬 현실이 되고 말았다. 돈 이외에는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현실이다.

이런 것을 두고 GIGO사회라 한다. GIGO란 컴퓨터를 말한다. 상식적인 말이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age in , Garage out)" 아마 우리 두뇌에 저장돼있는 정보의 양이 대용량 컴퓨터의 정보 저장량과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많을까?

비교해서 무엇하랴. 인간이 정보를 가지고 살면서 정보를 집어넣어 두었다가 그대로 끄집어내어 사용한다면 그것은 한 낫 쇳덩어리에 불과한 컴퓨터에 불과하다. 우리 인간이 컴퓨터와 함께 살면서 컴퓨터화 돼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겨난다.

루소의 말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라!" 이런 평범한 진리를 우리사회에서는 언제나 만나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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