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은 담배값 인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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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꿇은 담배값 인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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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가 건강논리를 앞지른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초기 보건복지부가 세게 나갔던 적이 있었다.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폭적인 담배 값 인상방안을 발표했던 것이다. 물론 즉각적으로 엄청난 비난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김화중 장관은 꿋꿋하게 대폭인상안을 밀고 나갔다.

담배 값을 인상하는 이유는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함이고,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담배 값을 인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점진적인 인상보다는 한꺼번에 엄청난 폭으로 인상을 해서 ‘충격’을 주는 것이, 흡연율을 떨어뜨리는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금세 인상될 것 같은 기세이던 담배 값은 반년이 넘게 지나도 인상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부처간 의견조율이 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11월 19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 7월 1일부터 담배 값을 500원 인상하고, 앞으로 해마다 500원씩 지속적으로 인상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매년 흡연율을 조사해서 현재 60.5%인 성인남성흡연율이 선진국 수준인 30%로 떨어질 때까지 매년 500원씩 담배 값을 인상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는 명백한 보건복지부의 패배이다. 담배 값 인상의 목적이 당초의 주장대로라면, 일시에 대폭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타 경제부처와 정치권의 논리에 밀리고 만 것이다.

경제논리에 보건복지부의 주장이 밀렸다는 근거는 인상된 담배 값의 사용처를 보아도 알 수가 있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인상된 500원 전액을 건강증진기금으로 사용할 것을 주장했으나, 재정경제부등 경제부처가 강력히 반발을 해서 인상액의 절반만을 건강증진기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각종 세수로 흡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부처에서 세수의 증대를 위해서 담배 값의 점진적인 인상안에 마지못해 합의를 해준 꼴이 된 셈이다.

정치논리에 밀렸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인상시기이다. 보건복지부가 인상안을 제기한지 1년도 넘는 시기인 내년 7월 1일을 기해 500원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내년 4월에 예정된 총선에서 여권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 흡연율 조사를 통해서 매년 500원씩 인상하겠다는 말은, 정치적 부담이 심할 때는 담배값 인상을 중지할 수도 있다는 말의 정치적인 수사로 들릴 뿐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항상 건강권이 경제적 이유와 정치적 논리에 밀리고 있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언제 정치나 경제가 위기상황이 아닐 적이 있었냐.’고, 그렇기에 건강권이 중요한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그러나 건강문제가 정치적 위기를 무릅쓰면서도 단행되었던 적이 있었다. 바로 의약분업이다. 국민의 건강을 증진한다는 명분을 가진 조치이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건강문제를 위한 정책을 강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의외의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의약분업이 이루어진 후 세간에는 의약분업은 IMF와의 이면합의를 지키기 위해 강행된 것이었다는 설들이 돌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건강문제를 관철시킬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의약분업 이후에 외국계 제약회사의 국내 제약시장 점유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그들의 비싼 약값이 건강보험재정의 악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의원과 약국 양쪽에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와 조제비의 이중비용과 높아진 약값부담으로 취약해진 건강보험재정은, 결국 국민들의 본인부담율을 높여야 했고 의료기관 이용을 줄이는 결과를 낮게 되었다. 결국은 건강권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논리가 승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부서중 하나가 바로 보건복지부라고 한다. 그만큼 힘이 없는 부서이다. 국가가 관장해야 하는 여러 가지 업무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국가란 것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복지’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우리에게 복지란 것은 자꾸만 멀어져 가는 무엇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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