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 노조가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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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노조가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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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이야기] 아파트 계단 청소

97년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 그해 여름방학에는 아파트 계단 청소를 했었다. 1톤 트럭에 물탱크를 싣고 다니며 계약한 아파트의 복도와 계단을 물청소해주는 것이다. 한명은 수압을 이용해 물을 쏘고 다른 한명은 꼭대기서부터 맨 아래층까지 찌꺼기를 쓸고 내려온다.

고참이 물을 쏘고 신참은 빗자루로 물과 쓰레기를 쓸며 내려오는데, 필자는 주로 후자에 속했다. 정신없이 1층까지 와보면 온몸이 땀과 흙탕물과 쓰레기로 뒤범벅되어 있다. 처음엔 장화도 신지 않고 일하다가 나중에 발이 조금씩 썩어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필자는 청소 용역업체 소속도 아닌 용역업체에서 하청을 받아 일을 하였다. 월급은 75만원이었으며 플러스 알파가 있다고 얘기 했지만 간혹 아파트 아줌마가 건네주는 음료수 외에 실질적인 보너스는 없었다. 그마나 월급도 제때 주지 않아 다음 학기 등록에 상당한 차질을 빚기도 했었다.

월급도 제때 받지 못하고 보험가입도 해주지 않는 곳에서 필자는 그저 열심히 일하였다. 처음엔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발가락이 갈라지고 염증이 생기고 제대로 걷기가 힘들때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으며 월급도 장장 넉달 뒤에야 다 받아낼 수 있었다.

그때 우리와 똑같이 일했지만 소속이 용역업체였던 사람들은 임금이 85만원 정도 했었다. 처음엔 먼저 들어와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보다 소속의 차이로 인한 것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즉, 용역업체의 직원들은 자사의 정규직에 속하며, 업체의 하청을 받고 일하는 우리는 비정규직에 속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임금의 차이나 직원 처우에 대한 차별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질 못했다. 일할땐 그저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었고, 월급날이 다가오면 적은 임금이나마 제때 좀 줬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요즘 노동자 단체에서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비정규직 철폐 논의를 보면 당시 멋모르고 일하던 그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해본다.

왜 비정규직인가

그러면 기업이나 업체에서는 왜 비정규직을 늘릴까?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목적이 저렴한 인건비나 노동조합의 위협을 피하기 위함이라면 아무리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다해도 '인간적'으로 너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기업으로서도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일시적인 직장이라는 개념으로 인해 조직 충성도가 떨어질 것이고, 기업의 내부 상황을 쉽게 노출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걸 감수하고라도 비정규직을 선호한다면 이는 분명 돈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인건비를 저렴하게 지불할 수 있으며 노조의 설립을 피함으로써 그로 인한 잡음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실리적인 이런 선택에 대해 우리가 돌을 던지며 비판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비정규직 철폐하겠다고 말씀까지 하셨지만 그렇게 못하고 있는 것도 분명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대안은 있다. 하지만..

우선 이런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상대적 손실을 줄여보자는 측면에서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물론 동일노동에 대한 개념 자체가 모호하긴 하지만 똑같이 아파트 청소하면서 임금은 10만원씩 차이가 난다는 것은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더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에 대해 어떤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 현재 비정규직의 계약 갱신때 해고냐 계속 고용이냐의 선택의 문제는 사용자의 권한이라고 보는 입장이 강하며, 그로 인해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일정기간 근무 이후 정규직으로의 전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술을 갖춘, 기업내부에 적응된 자를 정규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기업으로서도 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안들이 현장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필자가 아무리 아파트 청소를 깨끗히 한다고 해도 산재보험 가입이나 임금인상, 또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다면 업체로서는 차라리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구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만약 필자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일을 잘한다면 문제는 달라 질 수 있겠지만 비정규직의 특성상 대부분 누구나 해도 상관 없는 것들이기에 달리 해결책이 나오질 못하는 것이다.

이에 또다른 해결책으로 노동조합 스스로의 '희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계화의 경쟁속에서 기업의 희생이 불가능하다면 노동자 스스로 희생해야한다. 정규직의 임금과 처우를 일정부분 양보함으로써 정규직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노조가 아무리 기업에 대고 두드려도 별 무반응이라면, 그리고 정부에 기대고 부비고 해도 별 무신통이라면 차라리 노조 스스로 희생하고 껴안고 살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더 이상의 파업이나 분신은 공허한 메아리밖에 되지 않을 듯 싶다.

다양한 대안들이 있으나 어느것 하나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의 희생이라는 처방전은 약자의 발버둥처럼 보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풀릴 것 같지 않은 비정규직 문제는 자유주의 사회에서 영원한 딜레마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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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송오 2003-11-23 19:32:56
뭔가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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