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왜 견원지간이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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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왜 견원지간이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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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지붕 노캠프 추장과 또 다른 녹색지붕 아방궁 아저씨 아줌마들아!

 
   
  ^^^▲ 왜 서로 싸워야 하는가?^^^  
 

19일, 대학로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장을 찾았다. 혜화역을 빠져나오니 많은 깃발들이 보였다.

오후 2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농민들이 여기저기 어수선한 분위기로 서 있었다. 취재 기자들은 취재를 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나 또한 대회가 취재에 동참했다.

2시가 조금 넘자 대형트럭 위에서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대회를 진행하기 위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고 이어서 농민들이 도로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 철회해라!!"
"이경혜 열사의 뜻을 이어 받아 WTO 박살내자!!"

정식 집회는 2시가 훌쩍 넘어 진행됐다. 전남에서 올라온 농민들의 행진이 경찰과의 대립으로 지연됐기 때문이다. 현장은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위용품인 '깃발'을 뺏고자 하는 경찰과 그것을 뺏기지 않으려는 농민들 사이의 실갱이가 계속됐다. (깃발이 무엇 때문에 저지를 당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후에 알았다. 그것은 다만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농민집회는 3시가 넘어서야 집회의 모습을 갖추었다.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듯 집회는 활기에 넘쳤다. 농민들은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며 자신들의 현실을 호소했다. (그러나 농촌에 살아 본 적이 없는 필자에게는 실감이 아질 않았다. 내게 있어 농촌의 현실은 그저 '전원일기' 같은 그림같은 풍경만이 있을 뿐이다.)

집회는 사물놀이패에 흥겨운 음악과 더불어 행진으로 이어졌다. 행진은 순조로웠다. 교통이 차단된 탓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뿐, 별다른 사고 없이 행진이 이뤄졌다. 시위대는 자신들의 뜻을 전하고자 애를 썼고 경찰들은 그런 그들에게 길을 만들어주었고 취재진들도 열심히 사진을 찍고 사진을 촬영했다.

종로 2가를 지나 3가에 이르렀을 때였다. 기동대버스 3대가 종로3가를 막고 있었다. 그 위에 방패로 무장한 의경들이 버티고 있었다. 상황은 역전됐다. 이러다가 유혈사태가 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었더. 아니나다를까 농민들의 거친 항의가 시작됐다.

기동대버스의 창문을 부수고 불을 지피면서 기동대 버스를 넘고자 애를 썼다. 경찰과 의경들도 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거기서부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서로가 견원지간의 원수가 된 듯 온몸을 바친 난투극이 시작됐다.

그 광경을 보면서도 취재기자라는 이름으로 사진만 찍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게 뭔 짓인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순간 경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위 시간은 5시까지이며 당신들과 약속한 시간이 됐으니 해산하시오!!"

그 순간 알았다. 경찰이 앞서 과잉진압을 한 것은 그렇게 해서 시간을 벌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시간을 벌어 농민들이 목표지점으로 삼고 있는 종묘공원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장소와 시간을 약속 해줬던 것인가? 처음부터 시위를 허락하지 않았다면 먼 길을 농민들이 찾아오지도 않았을 테고 애꿎은 경찰과 농민이 서로 난투극을 벌이지도 않았을 일이지 않은가.

이게 무슨 경우인가? 왜 아버지 뻘되는 사람들을 연행하고 몸싸움을 하는 것이며 자식 같은 사람들 에게 원망을 늘어놓으며 죽일 놈 살릴 놈 하는 것인가?

이런 상황인데도 녹색지붕 아래 노캠프의 앵무새들은 한가하다.

지난 6일 노무현 대통령은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농민시위를 두고 청와대 핵심관계자 한 사람은 "노동운동가들은 자해공갈단과 다를 바가 없다" 운운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오마이뉴스)

죽고 싶어서 죽는 사람은 없다. 농민들이 설사 자해공갈단이라 할지라도 그 행위는 최후의 몸부림일 수 있다. 거기에 이르게 한 원인은 살피는 게 국민을 맡고 있는 정부가 할 일이다. 게다가 자해공갈단으로 일컬어진 그들이 우리의 농민들인 바에야 더 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정작 사과를 하고 설득을 하기 위해 나와야 할 사람은 녹색지붕 아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들의 근처에는 오지도 못하도록 국민을 막고 있다. 시민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할 경찰을 자신의 손과 발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농민들의 목소리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귀를 막고 산다. 그들이 관심이 있는 것은 어떤 게 정권을 유지하고 권력을 오래도록 잡는데 도움이 되는 일인가 하는 하는 것 뿐이다.

이번 시위를 통해 사람들이 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시위도 과잉진압만 없었다면 조용하게 끝이 났을지도 모른다. 물론 농민들이 술을 먹기도 하고 해서 과격해진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양주를 마시고 있을 녹색지붕 노캠프들과 또 다른 녹색지붕 아방궁에 있는 이들은 모를 것이다. 왜 소주를 먹고 추운 날씨에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나와 시위를 하는지.

그들은 민생법안 따위는 선거용으로 해먹고 그저 특검과 대선 외에 머리 속에 없는 듯하다. 그 머리속에 국민들이 있을 리 없다. 어찌하면 한나라당을 유지할까? 어찌하면 정권을 유지할까? 어찌하면 다시금 노을을 만들고 떠날까? 하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존재 이유다.

경찰과 농민, 노동자들은 견원지간이 아니다. 그들은 그럴 이유가 없다. 단호하게 말하지만 망언 따위는 그만두고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싫어도 미국과 함께 가야한다는 노씨 아저씨. 그렇다면 언제쯤이면 우리 국민들이 "NO"라고 말하고 싶을 때 당당하게 "NO!!"라고 외치게 만들어 줄 것인가? 대답을 듣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진정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에게 물어보길 진심으로 간청한다.

"나라는 인간이 이 한 나라를 구할 역량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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