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슬프면 슬프다고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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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하드보일드 하드럭

"하드보일드(Hard-boiled)하게 사는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마지막 전화에서 이렇게 내게 말한 그녀. 둘이 함께 했던 날들을 퍼즐처럼 떠올리게 만드는 기이한 하룻밤. '하드 럭 (Hard Luck)'. 살아 있지만 죽어버린 언니를 이제는 떠나보내야만 한다. 이 아픔이 사라질 그날은 언제 올까? 고통의 계절 한가운데에서 따스한 햇살을 기다린다. - 소설 표지 중에서 발췌

^^^▲ 하드보일드 하드럭 본문 삽화
ⓒ 2003 리브로 ^^^

요시모토의 만화적 상상력이 더욱 풍부해진 소설 <하드보일드 하드럭(Hard-boiled, Hard Luck)> 그녀의 소설은 기묘함에서 시작된다.

제목에서는 하드(Hard)란 단어가 나오지만 소설은 전혀 그러하지 않다. 오히려 말랑말랑한 젤리를 씹는 듯한 달콤함마저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두 편의 중편소설로 이뤄져 있다. 제목을 보면 쉽게 알겠지만 이 두 작품 모두‘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언제나 바나나가 선사한 삶과 죽음 이번에도 기묘한 얽힘 속에서 하나하나 헤쳐나가고 있다. 그 점은 <키친(kitchen)> 이후 지속적으로 반복되던 것이 아니었던가

‘죽음’이란 소녀를‘하드보일드’하게 만든다. 그리고 소녀에게 삶이 '하드 럭(불운)’한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만든다. 만화적 상상력의 소녀가 죽음과 정면충돌했다면 그건 그녀에게 생애 최고의 ‘하드’한 경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드보일드(Hard-boiled)

소설은 여자 친구‘치즈루’의 죽음을 기억하는 하루 동안의 일을 다루고 있는데 꿈과 기억과 현실을 퍼즐 조립하듯 맞춰 나간다. 유령도 등장하고 환각도 등장한다. 주인공에게 치즈루의 죽음은 한없이 무거운 것이었다가 때론 너무나 가벼운 것이기도 하다. 죽었다는 것은 그저 운이 조금 나쁜 것인지도 모른다. 치즈루는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정말 운이 강해. 그래서 좀 남다른 인생을 보내게 될 거야. 많은 일이 있겠지. 하지만 자기를 질책하면 안 돼. 하드보일드하게 사는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보란 듯이 뽐내면서.”

주인공 치즈루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감사하다는 말조차 무엇도 말하지 못했고, 애인의 죽음은 슬픔을 자아냈지만 그것마저 참았던 그녀에게 말하고 있다. 바나나는 "인생은 하드(hard)하게 사는 거야"라고 말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배워왔던 인내와 참을성은 벗어 던지고 말이다. 이제껏 우리가 울부짖지 못했던 것에 대해 대항하듯 자신을 뽐내면서 말이다.

이는 두 번째 작품인 하드럭(Hard Luck)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주인공에게는 언니가 있다. 그런데 그 언니는 결혼식을 앞두고 뇌출혈로 쓰러진다. 정말 불운이다. 가족들과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슬퍼한다. 그런데 주인공은 언니가 뇌사상태로 누워있는 병실에서 형부가 될 사람의 형(이런 사이를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인 사카이씨를 만나게 되고 좋아하게 된다.

언니의 죽음 앞에서 새로운 사랑이 꿈틀댄다는 것은 언니에게 너무나 미안할 일이다. 하지만 삶이란 건 원래 그런 것이다. 죽음이란, 그저 약간 운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카이씨는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런 거야. …… 다른 각도에 있으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조차 생각지 않을 수 있어. 하지만, 생각을 하든 안하든, 늘, 그런 일도 생기고, 또 다른 많은 일도 생기고 있어.”

그렇다 바나나가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바로 죽음과 삶은 하나라는 사실이다. 가혹하게도 삶과 죽음 별개 일 수 없고 그것이 정녕 사실이라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자!

그것을 강요하고 있다. 아플 때 소리를 내고 불운이든 아니든 그 모든 것이 삶이란 거대한 용광로에서 함께 용해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번에도 바나나는 사람의 감성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죽음이라는 슬픔을 기묘함과 얽혀 잘 풀어 내려가고 있다.

자. 죽음이 우리를 떠날 수 없다면 우리 모두 하드하게 두 손 쥐고 불끈 용기를 내고 힘을 내어 살아보자. 단단한 차돌 배기가 되는 것은 어떨지... 어쩌면 이러한 죽음을 이겨내는 모습이야말로 진정으로 인간에게 진정한 삶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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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2003-11-17 20:32:46
부럽다.책 마음놓고 읽을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럽다. 아직 총각이라서겠지요.
열심히 읽으세요. 언젠가 다 피가되고 살이될겁니다. 그리고 자주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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