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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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팩'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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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의 겨울나기

^^^▲ 습기제거에 필요한 제습기
ⓒ 김 일순^^^
11월도 중순으로 접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집집마다 겨울 날 준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최근의 한국사회는 주거형태와 생활 스타일의 변화로 겨울나기 점검정도로 겨울을 맞는 준비가 끝나기도 하지만 내가 어릴적 월동준비는 일년중 큰 행사였습니다. 혹한의 날씨로 떨어지는 한국의 겨울은 의,식,주 전반에 걸쳐서 단단히 준비해두지 않으면 긴 겨울이 힘들어지게 되니까요.

내가 기억하는 초등학교 시절의 겨울준비는 이렇습니다. 아버지는 정원의 나무들을 짚으로 싸서 손질하시고 집의 대청소는 물론이고 연탄 아궁이를 점검하십니다. 혹시라도 연탄가스가 새는 곳이 있어서 가족들의 생명이 위협당하지 않도록 단속를 하시는 것이지요.

이 때가 되면 어머니의 손과 발은 더욱 분주해 지십니다. 김장도 담궈야 되고 이부자리의 솜을 새로 틀거나 햇솜으로 바꿔서 손질해야 되고 광에는 한겨울의 중요한 연료인 연탄을 들여야 합니다. 이렇게 안팎으로 분주한 겨울나기 준비가 끝나면 그제사 오는 겨울을 안심하고 맞았습니다. 정갈하게 푸새한 이불깃의 감촉에서, 광에 가득 쌓인 연탄을 보면서 이제 겨울의 문턱을 넘고 있구나 느끼곤 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일은 어머니가 이불홋청에 푸새하시던 모습입니다. 입에 물을 가득 물고 있다가 홋청에 '푸우-푸' 길게 품으시는데 그 때 언니들이 이불가를 잡고 이리저리 잡아당기면서 구김도 펴고 모양도 잡습니다. 나도 떼를 써서 그 일에 참여해 보기도 하지만 힘의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맙니다. 그런 모습들이 재미있어 웃음을 참지 못하던 가족들의 모습이 생각나는군요.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 시절의 기억은 더욱 선명해 집니다. 그런 기억들은 해바라기 씨처럼 꼭꼭 삶의 사이사이에 박혀있다가 고단한 나의 삶을 위로해 주곤 합니다.

^^^▲ 오일 히터
ⓒ 김 일순^^^
뉴질랜드 북섬의 날씨는 사철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없는 온화한 날씨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보만 믿고 뉴질랜드에서 찾는 방문객이 있다면 크게 당황하게 됩니다. 사철의 기온차가 크지 않는 이 곳은 비록 여름이라해도 한국의 여름날씨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의 여름은 아침과 저녁 일교차가 크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날씨탓에 늘 두툼한 점퍼 한 벌쯤은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사시사철 구분없이 양모이불를 침구로 사용할 정도로 여름밤의 날씨는 의외로 춥습니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는 하루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깥햇살은 따가워도 실내에 들어가면 서늘해서 여름이라해도 선풍기나 에어콘등 냉방기구를 사용하는 않는 것도 뉴질랜드 여름만의 특징입니다. 더위가 한국처럼 심하지도 않고 비도 내리지 않아 쾌청한 날씨를 즐길 수 있는 여름이지만 6월부터 시작하는 뉴질랜드의 겨울의 날씨를 그다지 좋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일년중 3분의 1이 비가 온다는 통계처럼 우기철로 접어든 뉴질랜드의 겨울은 비가 많습니다.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은 아니지만 비가 오고 바람부는 날에 느끼게 되는 체감온도는 상당히 낮습니다. 더욱이 뉴질랜드의 주거형태는 주택이고 실내 난방은 벽난로가 설치돼 있는 정도여서 영상의 포근한 겨울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춥다'소리를 연발하게 되지요.

그래서 이 곳도 겨울이 되면 나름대로 겨울준비를 해야 합니다. 겨울철에도 나무들은 푸르고 꽃은 변함없이 피어나서 특별한 정원손질이나 식생활의 준비는 필요없지만 난방용품의 준비는 빼놓아서는 안되는 중요한 일입니다. 우선 비가 많은 겨울이다보니 습기제거를 위한 제습기는 가정마다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입니다.

나의 경우 주변사람들이 제습기를 사야 된다는 충고에 처음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살 때 겨울에 가습기를 쓰기는 했어도 습기를 제거하는 제습기를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겨울철이 돼서 축축한 실내에서 생활하다보니 왜 제습기가 뉴질랜드 가정에 필수품인가가 저절로 깨달아 지더군요.

습기는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들의 기분까지 울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옷마다 곰팡이가 슬어서 나를 난감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제습기와 함께 오일 히터, 가스 히터등 난방기구들을 준비해야 되구요. 침구는 양모파일로 만들어진 침대 시트와 양모이불이 따뜻한 겨울을 나는데 도움이 됩니다. 카페트가 깔려진 실내에는 양모 슬리퍼가 있다면 발의 보온을 위해서 한층 좋겠지요.

^^^▲ 겨울나기 필수품 '핫팩'
ⓒ 김 일순^^^
이런 겨울준비용품 중에서도 내가 빠지지 않고 챙기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핫팩'입니다. 한여름에도 추위를 느끼게 하는 새벽추위는 뉴질랜드 겨울의 복병입니다. 이 복병을 물리치기에 딱 알맞는 물건이 '핫팩'이라는 것을 알게 된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처음 뉴질랜드의 상점 곳곳에서 팔고있는 갖가지 색깔의 핫팩을 봤을 때 그 용도를 몰랐고 이웃에게 핫팩의 얘기를 들었을 때도 사용방법이 번거롭게 느껴져서 직접 사용해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 나에게 다시 한 번 핫팩사용을 권해주는 이웃의 마음이 움직여서 써 본 후, 나는 즐겨 이것을 사용할 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핫팩 매니아가 되었습니다.

핫팩은 두꺼운 질감의 고무로 만들어져 있는데 뜨겁게 데운 물을 넣고 마개를 닫은후 침대에 넣게 되면 그 따끈따끈함이 한국의 온돌을 연상케 합니다. 핫팩의 온기는 7,8시간까지 지속되어서 겨울밤의 따뜻한 잠자리를 약속해 주지요. 지난 겨울도 우리 가족은 핫팩을 의지해서 겨울을 났습니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커서 겨울을 생각할 때마다 이 따끈따끈한 핫팩이 생각나지는 않을까요? 저녁마다 전기주전자에 물을 데워 핫팩을 채우면서 엄마와 나누던 정담이 생각나지는 않을까요? 핫팩처럼 따뜻했던 가족의 사랑도 함께 기억하는 우리 아이들의 겨울나기 추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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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팩 짱 2003-11-15 12:23:29
우리 엄니 나이들어 삭신이 쑤시고 해서 종로3가에 가서 핫팩 사다가 많이 써 봤어요. 뜨거운 물 담아 배위라든가 등쪽에 갔다 대면 " 아이~ 시원해라"하시며 좋아하시구요.

가격도 비싸지도 않고 디지털시대라도 아날로그 제품인 "핫팩 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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