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키우기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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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키우기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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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딸아이의 슬픈 울음소리 때문에

^^^▲ 스피츠^^^
개처럼 유익한 동물도 없고 사랑스러운 동물도 없다. 하지만 나는 개 키우기를 거부한다. 그 이유는 개똥을 치우지 않으면 벌금을 내고, 아파트에서 짖어 대는 것이 싫어서도 아니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서도 아니다.

정이 든 다음에 정을 떼는 것이 어려워서다. 사람처럼 개가 늙으면 눈곱도 끼고 침도 흘리며 추해진다. 그러면 그 때가 두렵다. 어떻게 할지를 곰곰이 생각하지만 특별한 처리 방법이 없어서다.

산 짐승을 화장터로 보내기도 어렵고 고려장을 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개장수에게 줄 수는 더욱 없다. 그들이 개를 사다가 어떻게 처리하는 지는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 키우기를 거부하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옛날에 있었던 개와의 아픈 상처 때문이다. 늘 그 상처는 흔적으로 남아서 나를 지금도 괴롭힌다.

개처럼 사람들에게 유익한 동물도 없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며 불평 하나 없이 살지만 온갖 수난을 겪고 사는 동물이 개다. 못난 짓거리를 많이 한 나는 화가 날 때면 분풀이를 할 곳을 찾다가 개에게 그 분풀이를 하곤 했었다.

만약에 사람들에게 그렇게 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큰 싸움이 벌어지겠지만 개는 늘 인간의 그러한 잘못을 모르는 듯 용서한다. 정말로 착한 동물이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착하고 예쁜 개 한 마리를 사오셨다. 강아지는 나의 장난감같이 되었고, 개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 할 정도로 정이 들었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을 귀신같이 알고 있었고 내가 올 때쯤이면 앞뜰에 나와 귀여운 눈으로 하염없이 길 쪽을 바라다보며 나를 기다린다.

내가 책가방을 메고 산마루 쪽 가까이 오면 재빠르게 달려와 가슴에 안기며 길길이 뛰고 요란스럽게 재롱을 떨었다. 작은 내 키를 넘을 것처럼 껑충 껑충 뛰며 뺨과 얼굴을 가볍게 할퀴고 앞뒤를 돌아다니면서 반가워 어쩔 줄을 모르곤 했다.

그런 개와 나는 하루 종일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함께 놀았다. 내가 집밖으로 나오면 언제 나왔는지 내 주위를 따라붙어 있었고 뒷동산으로 개울가로 함께 다녔다. 강아지는 수년 동안을 그렇게 나와 같이 지나면서 큰어미 개로 변했고,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같이 놀고 뛰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여쭈어 보아도 대답이 없었다. 식구들 모두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개를 잃은 슬픔은 말로다 표현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자 매일 누렁이를 찾아내라고 조르다가 아파서 누워버렸고 헛소리를 할 정도로 심하게 앓게 되었다. 내가 아파서 누워있게 되자, 어머니는 비로서 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개가 늙고, 눈곱도 끼고, 병들어서 시장에다 팔았다" 고 하셨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어머니를 노려보며, "어머니도 늙고 병들면 내가 팔아 버릴 거야," 하고 어머니에게 대들었다. 그 소리에 어머니는 몹시 충격을 받으셨던 같았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누렁이를 다시 찾아오시겠다고 했다.

그러나 개는 이미 다른 곳으로 팔려 갔기 때문에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개를 찾아오라고 더 심하게 조르며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었다. 어머니는 개를 찾으려고 여려 군데 수소문을 했지만 한번 팔아버린 개는 쉽사리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사건 이후로 우리 집에서는 개를 키우지 않았다. 정들었던 개를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할 때가 되면 버리는 방법이 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자연사를 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대개는 이야기 할 수 없는 집으로 팔려 간다. 그때 가족들의 슬픔과 아이들의 충격은 너무나 크다.

그런데 그러한 아픈 추억을 잊고 내가 다시 애완견을 키우게 된 것은 어른이 되어서다. 60년대에는 애완견이 스피츠(Spitz)나 불독(Bulldog), 푸우들(Poodle)과 같은 종류가 흔했지만 나는 스피츠를 키웠다.

우리 아들과 딸아이는 내가 옛날에 했던 것처럼 스피츠와 함께 놀고 같이 지냈다. 스피츠가 너무 귀엽고 깜찍해서 딸아이는 그 개를 안기도 하고 등에 없고 다니기도 했다. 긴 줄을 목에 매고 동네 길목을 자랑삼아 끌고 다니며 내가 옛날에 했던 것처럼 똑같은 행동을 했다.

옛날의 추억을 잠시 잊어버린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 만족하며 스피츠를 키우기로 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스피츠가 늙어 버려서 옛날의 키우던 개처럼 눈곱도 끼고 추레해졌다.

나는 그때서야 어머니가 당혹스러워 하던 그 모습이 생각났고, 개를 기른 것이 무척 후회되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옛날에 어머니가 했던 방법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딸아이에게 충격을 줄일 수 있는지를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어떤 결정을 해야 했다.

특별한 방법은 없고, 이웃에 사시는 노인부부가 우리 개를 키우시겠다고 달라고 했다. 특별한 방법도 없고, 잘 키우실 것도 같아서 그 노인 부부에게 개를 잘 키워 달라고 부탁하면서 주어 버렸다.

개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 딸아이는 예상대로 울고불고 야단이 났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나간 후에 딸아이가 개 때문에 매우 심각하다는 것과 하루 종일 밥도 먹지 않고 울며, 내가 예전에 했던 것처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아내는 견디다 못해 딸아이에게 개가 있는 곳을 알려 주고 그 집으로 개를 보러 갔는데 개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노부부가 겨우 이틀이 지난 후에 귀찮아서, 처리해 버렸다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내는 딸아이 앞에서 더 이상 묻지 못했다고 했다. 그 개를 어떻게 했는지가 뻔하기 때문에 딸아이를 설득하느라고 더 어려운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몹시 분개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딸아이를 설득하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몹시 서운했다. 역시 개를 키우고 정을 준 후에 그것을 버리기가 무척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개가 집도 지켜주고, 먹다 남은 밥을 얻어먹으며, 때로는 발길에 차이면서도 헌신적으로 인간들을 사랑하고, 최후에는 그들의 손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개 같이 헌신적이고 개처럼 자기의 목숨을 돌보지 않는다면 어디 무슨 일인들 못하고 안될 일이 없을 터이지만 인간들은 개를 사랑하다가 하루아침에 돌아선다. 그것도 아주 비참한 방법으로 배신한다. 그래서 지금도 예전의 그 아픈 흔적 때문에 개 키우기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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