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아빠의 소유욕 - '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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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아빠의 소유욕 - '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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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애플 컴퓨터가 나왔을 때, 그리고 삐삐를 거쳐, 핸드폰이 보편화 되었을 때, 필자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문명의 이기에 대해 별 소유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 되어 가고 있음을 감지한 필자의 무딘 신경은 지난 행동과는 무관하게 강한 소유욕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금 당장 없어서는 안될 물건은 아니지만 그것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을 것 같아서이다. 디카에 이렇게 집착하게 된 데에는 필름카메라에 얽힌 사연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집앞 초등학교에서 바자회가 열렸는데 그것을 기사로 쓰기 위해 사진을 찍어 두었다. 근처 슈퍼마켓에 맡기면 사진 인상을 대행해 주는데, 그때도 어김없이 그렇게 맡겨두고 다음날 찾으러 갔다.

그날 바자회가 열리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기사로서 더 생동감 있으련만, 필름 카메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래도 하루 늦게라도 올릴 요량이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사진이 하루 더 늦겠다고 가게 아주머니는 말씀하셨고 낙담하여 그냥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또 한번은 시의성이 없는 기사거리를 위한 사진을 맡겨둔 적이 있었다. 딸아이와 함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아내가 학부모 상담이 있다며 딸아이와 함께 저녁을 밖에서 먹고 조금 늦게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주머니에는 한 5천원 가량 있었고, 그 돈으로 충분히 밥 한끼 해결할 수 있었지만, 또 한편 사진 찾을 돈도 된다는 생각에 덜컥 사진부터 찾아버렸다. 언제 찾아도 상관없건만 사람 마음이 빨리 사진을 확인하고 기사를 쓰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돈은 하나도 없고 집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참 딱한 노릇이다. 딸아이는 배고프다고 울먹거리고, 날은 점점 추워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아내가 평소 철없는 아빠라고 표현한 말이 딱 들어맞는 형상이다.

동네를 배회하며 딸아이를 놀리는 것도 어느정도지 한 30분쯤 지나니 서로가 지쳐 그냥 집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학부모 상담이 덜 끝난 아내는 눈치를 주며 일단 우리를 방으로 피신(?)시켰다.

그 후에 일이야 불보듯 뻔한 일. 아내는 딸아이 저녁도 챙겨먹이지 않고 약속도 지키기 못한 나를 원망하며 역시나 철없는 사람이라고 질책하였다. 마냥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 디지털 카메라만 있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큰 소리 친 것이 화가 되어 그날 저녁밥은 스스로 차려 먹어야 했다.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디'자만 나와도 눈과 귀가 쏠리고 있지만 감히 아내앞에서 얘기를 못꺼내는 이유가 있다. 4년째 쓰고 있는 아내의 핸드폰 때문이다.

액정이 고장나 화면이 아예 보이지도 않는데 꿋꿋이 쓰고 있다. 그러다 시간이 나서 동대문 본사에 수리를 받으러 간 아내는 의기양양해서 돌아왔다. 원래 유상인데 어찌어찌 우겨서 무상수리를 받았다며 앞으로 2년은 더 쓰겠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그런 아내앞에서 어찌 디카를 논하리오.

그래도 필름카메라의 유지비를 논하며 아내를 설득해보고 싶지만, 저 혼자 세월 좋게 기사 쓴답시고 사진 찍고 돌아다닌다고 뭐라 할까봐 그 조차도 여의치가 않다.

15년 전쯤 다섯 마리 범이 로보트로 합체되는 장난감을 가지고자 동생과 함께 용돈을 꼬박꼬박 모았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그 소유욕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흥분도 되지만 그보다 지금은 그런 철없는 아이가 될 수 없음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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