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공포의 3인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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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공포의 3인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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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에게 무서운 존재가 있을 터이다. 직장인이라면 호랑이 상사가 그럴 것이고 며느리에겐 악독한(?) 시어머니가 그 대상일 터이다.

나에게도 그처럼 무서운 사람이 셋 있다. 유년기 때는 숙모님이 대단히 무서웠다. 일찍이 생모를 잃고 숙부님댁에서 양육된 탓에 눈칫밥을 먹으며 숙모님이 야단을 치시는 때면 왜 그리도 무서웠던지...!

결혼하고 보니 이번엔 아내가 내 공포의 대상으로 새로이 떠올랐다. "남들은 잘도 버는 돈을 왜 그리도 못 벌어오느냐?"고 힐난을 할 때면 금방이라도 쥐구멍으로 달아나고만 싶었다. 그러한 공처가로의 점철은 빈곤의 회전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기에 지금도 여전하다.

마지막으로 내 공포의 대상은 다름 아닌 내 자녀이다. 어렸을 적엔 내가 녀석들을 쥐락펴락하며 막강한 가장의 권한을 발휘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 마저도 소멸되고 말았다. 지난주에 아내와의 충돌이 있어서 몇 일간이나 함구하면서 마치 '부모 때려죽인 원수'보듯 했다.

하지만 화해를 하고자 억지로 아내를 끌고 지난 일요일에 보문산을 올랐다. 대전시내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대전시민들의 허파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보문산은 언제 올라도 참 기분 좋은 곳이다. 부지런하게 보문산 정상인 시루봉에 올라 땀을 훔쳤다.^

산 아래로 펼쳐지는 대전시내의 아름다운 정경을 구경하고 산을 내려오는데 인근의 상점에서 연탄불에 고구마를 구워 팔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 사서 먹었는데 달콤한 맛이 아주 별미였다. 뜨거운 고구마여서 맛은 더욱 좋았다. "우리가 싸우면 우리 가정은 금새 불 꺼진 난로인양 냉랭하고 또한 아이들 보기에도 부끄러우니 이젠 제발 다투지 말자!"고 하소연을 했다.

엊그제는 고교생 딸이 지난 중간고사에서 다시금 전교 1등을 했다고 해서 상장을 받아와 우리 부부의 입을 귀에 가서 걸리게 했다. 그래서 포상차원에서 딸에게 닭강정을 주문해 주었는데 좋은 안주인 닭강정을 보자 회가 동하여 술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와 딸은 "약속하신대로 술은 안 돼요!"라며 강경해서 나는 그만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공포의 2인방'이 그처럼 반대를 하는데 나약한 공처가의 처지인 내가 어찌 내 소기의 의지(?)를 달성할 수 있었겠는가. 어제는 퇴근길에 오랜만에 화원에 들러서 꽃망울이 화사한 화분을 샀다. TV 스탠드 위에 그 화분을 놓으니 우리집의 분위기 역시도 금세 화사함으로 만연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화분에 물을 제 때 주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화분은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불과 열흘여 후면 지금의 만개한 꽃도 지겠지만 우리 가정의 행복은 늘 지지 않는 꽃이 되길 염원했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우리 가정에 늘상 잊지 말고 '사랑의 물'을 듬뿍 줘야만 하겠지?

또한 나 자신 비굴(?)하게 공포의 2인방에 억눌려 살지언정 내가 인내함으로 해서 그것이 우리 가정의 화목과 사랑이 충만함의 단초가 된다면야 앞으로도 쭉~ 그리하리라는 작심을 했다. 가정에 가족간의 따뜻한 '화목의 난로'가 없다면야 그건 바로 엄동설한의 나목(裸木)인양 그렇게 냉랭하고 춥기만 할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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