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 맞아봤습니까?
날아라 돌아
조약돌 줍다 본다 물 속이 대낮 같다
물에도 힘이 있어 돌을 굴린 탓이다
구르는 것들은 모서리가 없어 모서리
없는 것들이 나는 무섭다 이리저리
구르는 것들이 더 무섭다 돌도 한자리
못 앉아 구를 때 깊이 잠긴다 물먹은
속이 돌보다 단단해 돌을 던지며
돌을 맞으며 사는게 삶이다 돌을
맞아본 사람들은 안다 물을 삼킨듯
단단해진 돌들 언제나 뒤에서
날아온다 날아라 돌아, 내 너를
힘껏 던지고야 말겠다.
천양희 시인의 '구르는 돌'이란 시다.
살다보면 인간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일이 이따금,혹은 자주 일어난다. 삶이란 것은 크고 작은 상처의 생채기를 내며 드물게는 그 상처가 깊이 패이기도 해서 오래도록 남아 있게도 한다.
크게 상관없는 사람한테서 긁히는 정도의 상처야 금새 지워지기도 하지만, 자존감에 깊이 상처를 내거나 배신과 모함같은 상처를 받았을 때,사람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의 흔적을 지니고 살아간다.
가장 가까운 사람,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을 경험한다.
한때는 가까이 지내왔던 사람이 있었다.서로 속내를 드러내 놓고 편하게 지내왔던 사람이었는데 오해로 인해 관계가 소원해지고 그래서 서로 왕래가 없이 지내고 있던 어느날,어이없게도 전혀 나와는 왕래도 없고 친분도 없는 사람이 길을 가고 있던 나를 불러 세웠다.
길을 가고 있는 나를 불러 세운 여자를 통해 한 때는 가깝게 지냈던 사람이 나를 자기의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나를 불러세운 그 여자가 아니면 몰랐을 일이었다.'전혀 그럴 사람으로 안보이는데 그런 말을 하기에 내가 이렇게 말한다면서 그 여자는 날씨도 추운데 나를 길에 세워놓고 한참을 얘기했다.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심각하게 고민했다.들은 말 그대로 그 사람을 찾아가서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 것에 대해 실컷 욕을 해주고 사실을 밝히고 오느냐,똥 밞았다 생각하고 그냥 덮느냐로 고민했다.
내 마음은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하지만 또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쩔수 없이 별볼일 없는 나를 팔아서라도 모면하고 싶었나 보다 생각했다.
여러 날 동안을 나는 내 마음의 분노를 삭이느라고 힘이 들었다.순간 순간마다 그 사람 집으로 찾아 들어가서 한바탕 휘젓고 싶은 분노로 마음과 손이 떨렸다다.어떻게 그럴수가 있나 싶었던 것이다.^
서로간에 주고 받았던 우정도 있었는데,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으로 있다고 해도 사람을 그런식으로 모함 할 수 있을까 하는 배반감과 분노가 들끓어서 나를 다스리느라 힘든 날도 있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냥 덮기로 했다. 누가 나를 어떻게 몰아세우든지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면 되지 않은가. 오죽하면 그랬을까.무시해버리자고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좋은 관계 뿐 아니라 언잖은 관계들,언잖은 관계들 또한 맞딱뜨리게 되는 것이다. 위의 시(詩)처럼 부당한 누명이나 배신은 마치 뒤통수에 날아온 돌을 맞는 느낌이다.
맞아본 사람들은 안다/눈물 삼키듯 단단해진 돌은 언제나 뒤에서/날아온다/날아라 돌아,내 너를 /힘껏 던지고야 말겠다.
천양희 시인의 이 시를 읽으면 섬뜩해진다.'구르는 돌은 둥글다'라는 제목에서 우선 '따뜻하고 긍정적인 느낌으로 와닿다가 시(詩)의 말미에 이를수록 섬뜩한 느낌으로 와닿는다.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처세에 능한 사람들이 있다. 구르는 돌처럼 세상에서 많은 직,간접의 경험과 타고난 기질과 성격으로 유연하게 사람과 일에 대하는 방식이 좋다. 아주 부드럽게 대하면서 내것을 한껏 내어주는 것처럼 하면서 '큰 것을 물 기회를 노리고,실제로 그런 기회를 잘 포착하고 목표물을 낚아챈다.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손익계산을 따져 보면서 사람을 만난다. 이 사람에게서 무엇을 얻어낼수 있을까.앞으로 어떤 잇점이 있을까도 계산해 놓는다.그리고 적절한 때에 그들은 써먹는 것이다. 필요에 의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구르는 것들은 모서리가 없어 모서리/없는 것들이 나는 무섭다 이리저리/구르는 것들이 더 무섭다 돌 한자리/못앉아 구를 때 깊이 잠긴다
돌...혹시 맞아봤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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