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자금, 재계도 일정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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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비자금, 재계도 일정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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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진정한 자기 반성과 실천의지를 보여야 한다

^^^▲ 참여연대의 전경련 불법 비자금 규탄 시위^^^
SK그룹 비자금에 청와대 최측근이 관련되어 노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는 등으로 일파만파를 일으키더니, 이것이 다시 지난 대선의 불법자금으로 번지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비리에 뒤엉켜 그동안 정경유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정치 혐오감마져 갖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검찰의 수사를 못 믿어 한쪽에서는 자기편의 수사는 저인망식이요 상대편은 강태공식이라면서 특검을 통과시키고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번에도 백가쟁명(百家爭鳴)들이 한창이다.

그동안 역대 정권들이 비리에 연루될 때마다 그 이면에는 정경유착으로 귀착되었는 데 이번에도 재계(財界)는 그들대로 대책을 강구한다고 지난 11월 6일에 정치자금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고는 책임의 일부를 모면하려고 한다.

이렇게까지 정치인의 비리가 계속되어 온 것은 그 한 축에 기업인들이 존재했기 때문인 데 그들은 진정한 자기 반성과 실천의지가 적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은 원하지 않았는 데 권력을 쥔 정치인들의 강요에 못이겨 불법 자금인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면피(免避)가 될 수 없다.

거슬러 올라가 지난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이 터지자 재계는 국민들앞에 사죄하면서 앞으로 어떤 경우나 명분을 막론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1997년 김현철 비자금으로 소용돌이가 치자 재계는 기업윤리헌장까지 제정하면서 불법 정치자금의 근절과 개별 기업이 관련되었을 때는 재명조치를 단행하겠다고 했으나 또다시 유야무야(有耶無耶)되기도 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들의 이런 맹세와 대책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힘없는 기업의 입장에서 힘있는 정치인들이 내미는 손을 뿌리칠 수 없는 ‘권력의 논리’라고 하지만 기업인 또한 이를 이용해 의당 반대급부를 바라고 챙겨 온 뿌리깊은 관행이라는 것은 공지의 비밀이다.

비자금사건이 터질 때마다 기업인들은 억울다고 볼멘소리를 할지 모르지만 정작 모르게 당하는 사람들은 주주와 국민들일 수 밖에 없다. 그들이 불법 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주주들이 배당받아야 할 몫이 적어지는 것이고 이것이 알려져 그 기업의 신인도가 하락하면 그와 비례해 돌아오는 몫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나아가 부실기업이 되면 한보철강을 비롯한 유수의 기업들처럼 공적자금이 충당되어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엄청난 일인데도 이를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 기업인들의 자세와 행동을 질책하지 아니할 수 없다.

기업과 정치권의 고리는 단절하지 못하고 순환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고비용 정치구조를 저비용으로 전환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하고 기업인 스스로가 주주와 국민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인식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며 또한 정치자금은 투명하고 정당해야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계의 임기응변식 처방전으로 위기만 모면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면 또다시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밖에 될 수 없어 이번 기회에 진정한 반성과 함께 굳은 실천의지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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