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빛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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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빛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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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비^^^
가게 안에 오래전부터 키우고 있는 아이비 화분이 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화분에 심기운 아이비는 물이 마르지 않게 매일 아침에 일어나 가게문을 열고 청소를 하면서 분무기로 적셔주곤 한다.

고맙게도 이 아이비는 아침에 물만 주고나면 하루 온종일 싱그러운 모습으로 있다. 약한듯 보이지만 생기와 힘을 가지고 뻗어 있는 가지들. 그 가지에 붙은 윤기있는 세모꼴의 잎사귀들.

살아있는 싱그러움을 보는 것은 유쾌해지는 일이다. 화분에 심겨진 아이비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보면 밤새 시들해져 있는 것을 볼수 있다. 그 모양이 마치 삐져서 토라진 아이같다. 물 분무기로 물을 양껏 주고 나면 어느새 싱싱하게 줄기가 힘을 싣고 쭉 뻗어올라 잎사귀는 윤기어린 모습으로 웃고있다.

아이비를 경대 앞에 두고 있는데 빛을 보지 못하는 곳으로는 가지들이 뻗어 나가지 않고 있는 것을 볼수 있다. 응달은 버리고 밝게 햇살이 드는 곳으로 그 줄기와 잎사귀가 마음껏 뻗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길게 줄기를 늘어뜨리다가 끝에서 휘어지면서 위로 솟구친 모양의 그 가지와 잎새들은 바깥쪽,그러니까 빛이 들어오는 밝은 쪽으로 일제히 향하고 있다.

언젠가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갔는데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숲으로 들어갔다.숲이 우거져서 바다는 눈앞에 보이지 않았지만,한참을 걸어내려 가다 보니까 숲의 나무들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계속 좁은 오솔길에 숲으로 이어지다가 한 순간에 나무들이 없이 탁 트이는 곳에 이르렀다. 길 옆에는 나무벤치가 놓여 있었다. 일부러 나무를 베어 내기라도 한 것처럼 한 순간에 환히 열려진 탁트인 공간, 그 앞으로 저만치 펼쳐진 바다에 은빛 비늘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너무도 아름다웠다. 마치 엄마의 자궁 속처럼 안온한 느낌이 들었다. 아래로 경사지게 내리뻗은 빈 공터 아래로는 바다가 그 빛부신 햇살에 은빛 비늘을 일으키며 열려져 있었던 것이다. 나무의자에 앉았다. 하루 온종일 앉아 있어도 좋을것 같았다.마음이 평온해 짐을 느꼈다.

저만치 멀리 대마도가 보였다.맑은 날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한참을 앉아있다가 문득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송들이 일제히 바다로 향해 긴 가지들을 뻗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가지를 뻗지 않은 곳 뒤에는 경사진 비탈이었고 햇살이 잘 들지 않는 음지였다.

마치, 학창시절 운동회에서 마스게임을 할 때 한손은 허리에, 다른 한손을 길게 허공을 향해 내뻗은 동작이 있었는데 그 동작을 떠올리게 했다. 바다를 향해 일제히 그 나무가지를 내뻗고 있는 나무들...

한 방향으로 일제히 팔을 뻗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무언가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쭉쭉 길게 뻗은 나무들이 한쪽은 버리고 한쪽 방향,즉,빛의 방향으로 긴 팔을 뻗고 있는 모습은 놀라웠다.

'그래...모든 것은 빛을 향해 바라보는구나. 밝음을 좋아하는구나.'

이 사실은 누구나 모르는 것은 아니다.다만 알고는 있으면서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린다.어떤 일이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들 흔히 말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거듭 겪어본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 들이기가 쉽지 않다. 좌절과 실망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고도 부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쉽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밝고 긍정적으로 희망으로 바라보는 것은 많은 마음의 단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작은 물건을 하나 사러가도 가게 주인이나 점원의 환히 웃는 밝은 모습을 좋아하고 그 집엘 자주 가게 된다.

대인 관계에 있어서도 왠지 어둡고 무겁고 칙칙한 사람을 부담스러워 한다. 밝고 명랑한 사람한테 끌리게 되어있다. 사람들은 또한 밝고 좋은 소식을 물어다 주는 사람을 가까이 한다. 어두운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을 싫어하게 된다. 불행한 가운데 있는 사람을 멀리하려 한다. 그 불행이 나에게 전염될까봐 두려운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언젠가 오프라 윈프리의 책을 읽은 감동을 얘기해 주면서 한번 읽어보라고 권했더니 너무 강한 사람의 글을 읽기가 두렵다. 나도 전염될까봐서 못 읽겠다고 말했다. 너무 지나친 표현이지만, 어쨌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밝음을 좋아한다. 밝음을 지향한다. 나는 그때 본 숲과 바다, 그리고 해송의 빛을 향해 한껏 팔을 뻗고 있는 모습을 마음 가득 담아왔다.

식물들이 어두운 곳으로 가지를 뻗지 않는 이유는 광합성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광합성은 녹색 식물이 빛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와 수분으로 전분, 당 등의 유기 화합물을 합성하는 일인데 탄소 동화작용의 한 형식이다.

사람도 식물도 밝음, 곧 빛을 지향하고 빛에 끌린다. 식물이 음지에서 광합성이 이루어지지 않듯이 본능적으로 사람은 어두운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수개월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싱싱하게 잎과 줄기를 리듬있게 뻗고 있는 아이비 화분은 여전히 경대 앞에 놓여있다. 안쪽으로는 전혀 줄기가 뻗지 않고 바깥쪽,그러니까 햇살이 비쳐드는 쪽으로 길게 그 줄기를 노래하듯 내뻗고 있다. 모든것은 빛을, 밝음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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