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스크롤 이동 상태바
진정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몸을 둘러싼 외투를 벗어본다

오늘. 가만히 생각에 잠겨본다. 과연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생각이 갑자기 나에게 찾아왔다. 그러고 보니 이런 생각을 해본지 참 오래되었다. 한동안 습관처럼 지니고 다니던 그 오랜 생각들을, 왜 그동안은 그렇게도 잊어버리고 살아왔단 말인가.

나는 바쁘게 살았었다. 그래 정신없이 달려왔었어. 잠시 옆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이렇게 변명을 할 것인가? 상투적으로? 그래 과연 나는 바쁘게 살아왔었지. 그러나 무엇을 향하여 뛰어온 걸음들인가. 무엇을 향하여 달렸었기에 사람다움의 의미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단 말인가. 정말 그럴만한 여유조차 없을 만큼 삶이 내 목을 조여 왔었던 건가?

그래. 그렇게 변명할 순 없지. 창피하긴 하지만. 나는 무디어 진거야. 삶에 대한 갈증이, 삶을 진지하게 살고 싶다던 열정이 식어버린 거야. 그저 한번씩 습관처럼 나는 묻는 척 했지. 이렇게 살아서 무얼 하나, 인생이란 왜 이런 것일까, 삶이란 왜 이리 고단할 것일까, 혹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라고.

결코 달리기를 멈추지는 않았었지. 그냥 정해진 방향을 향해 달리면서, 장식처럼 그런 질문을 달고 다녔던 거야. 그 의문의 진지함을 위해서, 그 의문의 대답을 실천하기 위해서 멈추어 서지 않았었어. 단 한번도. 나는 내가 더 이상 갈증에 목말라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던 거야. 단지.

아니지. 나도 달려오는 도중에 간간히 질문을 해 왔었어. 단지 그런 의문을 가지는 중에도 멈추어 서지는 않았어. 인생이란 한번밖에 없는 것이기에 멈출 수가 없었어.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들에게 뒤쳐지긴 싫었거든. 너도 알잖아. 난 그다지 능력이 뛰어나진 못해. 오직 노력뿐. 남이 쉴 때 노력하는 것으로 한 발짝 더 앞설 수 있을 뿐.

그래. 난 거짓말을 했던 거야. 난 결코 진지하지 못했어. 내 삶에 대해,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해. 난 단지 이기고 싶었던 거야. 지기 싫기도 했었지. 공평한 출발이 아니라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진지하게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의 답들을 폐기해 버렸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러다 정말 마음이 아플 땐 그것들을 꺼내 방패막이로 쓰곤 했지. 난 순수하다고.

바쁜 세상살이에 적응을 한다고, 이 길 외엔 내가 잘 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거야.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했었지. 용기가 없었기에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젊은 시절 내가 생각하던 그 삶의 방식에 맞추어 살아선 결코 앞서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초인이 아니었어. 나는 단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최선을 다해 달려간 것뿐이야. 물론 만족하진 못했어. 그래서 내 마음도 아팠었다. 인생이란 비탈길에서, 그렇게 버티어가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설사 더 좋은 다른 길이 있다고 해도, 돌아서서 되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정말이지 너무 피곤했었어.

그러다 문득. 나는 멈추어 섰다. 그리고 생각을 해본다. 나는 정말 제대로 살아온 것일까. 내가 숨 가쁘게 뛰어온 그 길은 진실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내가 살아온 삶. 내가 지나온 길. 그게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나는 과연 사람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왜 갑자기 멈추어 서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런 소모적인 생각을. 잡념을 발길을 흐트러지게 하지. 그걸 모를 내가 아닌데. 바보같이, 정말 바보같이 지금이 그렇게 쉼표를 찍을 때가 아직은 아닌데. 이제까지 그토록 열심히 달려왔는데. 여기서. 하필이면 여기서.

아냐. 지금이 때가 된 것이야. 그러기에 네 마음에서 그 강한 발걸음을 멈출 힘이 생긴 것이지. 이젠 두텁게 뒤집어쓴 방패들을 하나씩 걷어보렴. 가볍게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보렴. 편하지 않니. 가만히 들어봐. 네 가슴속에서 울려오는 게 들리지 않니. 즐거움에 겨운 휘파람 소리 같은 것.

그래. 들린다. 조그마한 소리가 내장 깊숙한 곳에서 울려오는군. 마치 어두운 밤에 숨죽여 우는 울음소리처럼. 조용하게. 그러나 그다지 음울하지는 않게. 깊은 울음을 운 후의 그 맑고 개운한 기운처럼. 그러면 하늘은 맑아지고 세상은 깨끗해지곤 했었지. 그래 그렇게 살았던 날들이 있었지. 참 행복한 날들이었어.

그래. 잘 들었구나. 그게 네가 진정으로 그리던 거야. 그렇게 진실한 게 어디 있겠니.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환하게 웃는 그 깊은 기쁨을. 너는 일부러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야. 이제 하나씩 껍질을 벗어봐. 오랫동안 잊어왔던 자신으로 돌아가. 그리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그립구나. 그 시절. 알몸으로 고민하고, 진실을 않고 뒹굴던 그 아픔과 기쁨의 시절들이. 그 아픈 방황과 살을 저미던 고통의 기억들이. 그리고 그 힘든 과정에 스며있던 알 수 없는 보람과 미소들이. 그래 난 이제 받아들일 거야. 그것이 진정한 나 자신이라면, 근데 너무 오래된 이야기야. 아직도 그게 가능할까?

후후. 용기를 내봐. 너는 이미 듣고 있지 않니? 네 속에서 흐느낌에 넘쳐 깔깔대며 흘러나오는 그 기쁜 환성을. 너무 오래 숨죽이고 있던 그 그리움을. 바로 네가 늘 허전해하던 그 무엇이 너에게 손을 내밀고 있잖아. 손을 잡아줘. 그리고 반갑게 네 삶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돼. 두려워하진 마. 그게 바로 너니까.

나는 가만히 내 몸을 둘러싼 외투를 벗어본다. 갑자기 멀리서 아득하게 무언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져 온다. 가을이구나. 아! 사방에 가득한 이 낙엽들. 이 풍성한 거리. 그 아름다운 세상. 예전과 다름없이 길을 걷는 사람들. 눈물 젖은 얼굴들. 사연 많은 가슴들. 거리에 뒹굴며 반짝이는 삶의 빛나는 의미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