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칸쿤 세계무역기구 각료회담장 앞의 반세계화 시위대 모습^^^ | ||
그러한 외침들은 이제껏 지구상에 있어왔던 어떠한 사회변혁의 움직임보다도 더 거대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 그런데 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감히 나름대로 ‘현재의 다양한 반세계화 운동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현재 세계가 앉고 있는 커다랗고 거대한 명제에 대한 토론들에 감히 미천한 생각을 보태어 보는 것은, 내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려는 것보다 이런 시도들이 보다 넓게 퍼져서 효율적인 반세계화 운동이 가능하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아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반세계화 운동이 지향하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과연 반세계화란 무엇을 지향하는 것인가. 제국적인 힘으로 약소국 중 몇 개 국가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눌러버리는 국가에 대한 대응인가. 그래서 세계에서 정의의 이름으로 또 다른 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인가?
아니면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적인 거대금융기관에 의한 채무국가의 경제적 주권에 대한 침탈인가. 그래서 당면한 경제적 곤란을 벗어나기 위한 조건으로 신자유주의에 의한 경제의 합리화란 이름으로 광범위한 국가기간 산업의 민영화와, 준비되지 않은 경제개방,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인해 사람들의 삶의 질이 더욱 더 나빠지는 것에 대한 저항인가?
또는 WHO나 다른 다자간 무역협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여, 국가간 경제의 장벽을 허물어뜨리고 불평등한 경제개방을 강요하는 것인가. 또한 그들이 강요한 신자유주이 경제의 결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삶의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켜야만 할 경제부분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드는 체제인가. 그렇게 불평등하지만 거대한 경제블록이 만들어질 때, 그 블록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에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인가.
혹은 세계화는 단순히 개별기업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동시대적 경향의 집합인가. 반세계화운동의 표적이 되었던 몇몇 거대 기업들처럼, 실제로 자신은 아무런 생산 활동을 하지도 않으면서 단지 유명 브랜드만 소유함으로써 거대한 경제적 이윤을 얻는 기업에 대한 반대운동인가? 그래서 빈국의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으로 만든 산물에다 단지 브랜드의 로고만 붙여서, 다른 경제적 약자들이 노동의 수고로움으로 벌어들인 재화와 엄청난 이윤을 남기고 교환하는 것에 대한 반대인가?
내 생각은 이렇다.^
이 모든 것들이 세계화 운동의 대상이다. 서로 상당히 다른 모양으로 나타나는 이런 다양한 움직임들은, 결국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의 우월적인 군사, 정치, 경제, 금융, 브랜드상의 지위를 관철시킴으로써, 상대방의 노동의 가치를 헐값으로 사들이거나 혹은 약탈적으로 가져가는 공통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둘째는 반세계화의 대상이 광범위 하다는 것이다. 반 세계화는 과거와 같은 한 국가의 체제나 집권층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현대세계를 규정하고 있는 경제 질서와 그에 길들여진 사람들과 그들을 움직이는 메커니즘 자체에 대한 반대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피해를 입고 있는 국가들도 이미 세계화 체제를 모방하며 세계화속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보더라도 이미 많은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놓았다. 우리나라 내에는 본사만이 남아 있고, 실제 노동자의 손이 필요한 생산은 상당부분이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기업 역시 그렇게 싼 노동력으로 만든 물건에 조금의 이윤을 붙여서 다시 되팔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결과로 우리사회 내부에 광범위한 실업층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겼지만, 우리들 또한 이주노동자(외국인 노동자)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인 낮은 임금의 결과로 그나마 상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이미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적 간극이 커다랗게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것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반세계화 운동에 대한 넘쳐흐르는 에너지가 어디를 향해야 할지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 힘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큰 안목에서 바라보며 요약한다면, 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란 결국은 약탈적 성격을 강하게 가진 자본에 대한 저항으로 요약할 수 있다. 때로는 국가와 밀접하게 결합해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적용되는 범위를 넓히기도 하고, 때로는 거대 금융기관을 앞세워 자신들의 독점적이고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기도 하고, 브랜드라는 무기로 가난한 노동의 산물을 걷어가기도 한다.
우리나라 같은 세계화를 모방하는 약소국에 대해서는, 굳이 자신들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우리가 힘들여서 보다 빈국의 노동자들을 통해 값싸게 만든 물건을 싸게 구입하기도 한다. 나머지 국가들을 자신들의 값싼 소비재의 생산기지로 전락시키고, 자신들은 보다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동시에 부국의 국민들마저도 거대자본이 만들어 내는 재화의 충실한 신자로 만들어 냄으로써, 전 세계를 통해서 모아진 노동의 산물들은 소수 자본에게로 집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싸워야 할 반세계화 운동의 대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의 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있는 거대한 초과이윤을 달성하는 자본에 대한 저항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그것이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을 단순화시키고, 우리의 미력한 힘을 강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보다 정교한 이론이 빨리 나의 미숙한 논리를 대체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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