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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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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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도 나아가 들어보아라

임 형이 운동을 하다가 다리를 다쳤다. 회사에서 토요일에 축구시합을 하다 다쳤다. 대충하면 될 것인데, 아마도 마흔 줄에 접어드는 나이에도 청춘인줄 알고 뛰어다니다가 다쳤을 것이다. 열심히 임 형의 퉁퉁 부은 다리를 본 나는 엑스선 사진이 정상이라고 하는데도 왠지 예감이 안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반 깁스를 1주일간 한 후 다시 진찰을 해보니 인대를 다쳤단다. 그것도 인대가 늘어나거나 부분절단이 아니라 완절절단 된 상태라는 것이다.

결국 임 형은 다리에 나사를 박는 수술을 받고 입원까지 했다가 이틀만에야 퇴원했다. 하루 만에 퇴원을 하겠다는 임 형을 말리느라 고생을 꽤 해야 했다. 임 형은 그렇게 책임감이 강하다. 이번에는 퇴원 다음날로 출근을 하겠다고 하는 것을 말렸다. 결국 3-4일을 집에서 쉰 뒤부터 출근을 했다. 깁스한 다리를 의자위에 올려놓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데도 아프다고 한다. 아프지 않을 리가 없다. 수술한 다리를 무리하니 깁스 안에서 퉁퉁 부어서 통증이 더할 것이다.

그렇게 다치고 난 다음에는 더 열심히 근무를 한다. 아픈 다리로 움직일 수도 없으니,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회사 내 사택에서 살고 있는 임 형이 아닌가! 보통사람 같으면 공무인 회사 체육대회에서 다친 것을 핑계로 회사 일을 조금 등한시 할만도 한데, 임 형은 오히려 회사에서 살다시피 한다. 밤 12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가는 생활을 거의 한달 가량 했다. 다치고 나니 놀자고 불러내는 사람이 없어서 업무능률이 올라서 좋다고 한다.

김 형은 임 형이 다치고 나서 좀 심심해졌다. 임 형네가 올 초에 회사 사택으로 이사를 간 후에는 사택으로 놀러가는 것은 좀 찜찜하고 해서, 주로 김 형네 집으로 불러내서 만나거나 우리 집에서 만나곤 했었다. 그런데 다리 아픈 임 형을 불러내서 놀자고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내가 김 형이 심심하지 않도록 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나만 가지곤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게다가 김 형은 요즘 여러 가지 문제로 스트레스가 많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니 만큼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생활이 불규칙해지기 쉬운가 보다. 때로는 해가 중천에 오를 때까지 늦잠도 자고, 때로는 새벽까지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고민을 해도 우리가 만날 때에는 싱글벙글 웃으며 여전히 익살을 부리는 걸 잊지는 않는다. 두 사람 다 대단한 자제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 수가 없다. 단지 성향이 반대일 뿐이다. 그래서 한 사람은 아주 성실하게 보이고, 한 사람은 다소 생활이 허트러진 것처럼 보일뿐이다.

근데 요즘 나에게 신나는 일이 하나 생겼다. 자꾸만 늘어나는 체중 때문에 약간의 고통을 참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나를 은근히 비웃는 듯 하던 두 사람이, 갑자기 체중이 불어난 것이다. 굳이 몸무게를 재지 않아도 한눈에 보아도 몸이 표시가 나게 통통해진 것을 알 수가 있다. 배만 볼록 나온 나와 비교하면, 배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오히려 나보다 더 통통해 보인다.

신이 난건 나이다. 그동안 내 허리 사이즈를 가지고 그렇게도 구박하는 재미를 즐기고 하던 두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 사람들도 별수가 없이 그렇게 살이 찌는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의 항변도 만만치는 않다. “임 형은 내가 다시 운동만 하면...”이라고 말하며 씩씩거린다. 김 형은 김 형대로 “내가 요즘 사업방향을 정하느라 고민을 해서 그렇지, 마음만 잡으면...” 이라며 절대로 자신들을 나와 동일한 선에 놓지 말라고 큰 소리를 친다.

그러나 나는 기분이 좋다.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 찐 살은 빠지는 법이 없다. 물론 이건 의사로서의 생각이 아니라, 질투심에 불타는 한 남자로서의 생각이다. 나라고 왜 운동을 안 해 보고, 다이어트를 안 해 보았겠는가. 나만큼 마음먹은 대로 체중을 쉽게 빼는 사람도 잘 없는 편이다. 다른 친구들은 그런 내 의지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후 번번이 체중이 슬금슬금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 데 있다. 이건 나도 어쩔 수가 없는 문제이다.

처음에는 나도 약이 올라서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다. 그러나 나이와 함께 점점 쪄오는 살은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인가 보다. 마침내 나는 내 허리둘레와 체중을 인정하고야 말았다. 그러니 김 형이나 임 형이라고 별수가 없을 것이란 것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둔 생각이다. 물론 그들은 대단한 성실성과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나 또한 그리 만만치는 않았었다. 그러나 내가 이 모양이 되었는데 그들이라고 별수가 있겠는가.

흐흐흐... 나는 입가에 미소를 흘리면서 갑자기 불어난 그들의 몸매를 흘려본다. “체중은 서서히 불어가는 게 아니고, 어느 순간 갑자기 계단처럼 확 불어나는 거야. 지금 불어난 그 체중이 앞으로 한동안 자기 체중이라고 생각을 하시지요.” 나는 그렇게 다소 가시가 돋힌 악담을 한다. 그들은 물론 펄펄 뛴다. “우리가 형님처럼 될 리는 절대로 없습니다.” 그들은 둘이서 합창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합창을 해도 불러오는 배를 막을 수 있는 도리는 없다. 그들이 여자라서 아이를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배를 줄인단 말인가!

‘나이는 아무도 속일 수 없어. 나도 처음부터 이런 모양이 된 것은 아이었어...’ ‘체중이 다시 원래대로 빠지는지 차라리 내기를 해 볼까? 이길 것이 틀림없는데...’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두 사람의 동생들을 바라보는 나는 동생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못된 사람인 것일까? 아니면 나야 말로 긴 고통 끝에 삶의 지혜를 채득한 현명한 사람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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