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전문가들은 27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한반도 문제의 핵심인 비핵화 문제가 원론적으로 거론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 선언”이라는 의견과 “기본적으로 미북대화에서 이뤄져야할 비핵화를 선언문에 명시한 것은 성과”라는 얘기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2007년 10·4 선언을 이어받은 합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당시 선언에서 문제됐던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을 복원한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서로 포옹하고 있다./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다음은 전문가들의 인터뷰.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구축 문제는 2007년 10·4 선언과 판박이이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그동안 우리의 아젠다는 비핵화, 평화구축, 남북관계 순이었다. 그런데 이번 선언문을 보면 순서가 남북관계, 평화구축, 비핵화로 거꾸로 돼 있다. 분량도 그 순서대로 많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보다는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문제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는 사실상 미북정상회담으로 미룬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준다. 이번 선언문은 민족·자주의 원칙을 유난히 강조한다. 이를 남북관계 개선에만 조명하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핵문제까지 대입하면 앞으로 핵문제 해결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노파심이 든다.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서 새로운 내용은 개성 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것을 왜 개성에 두는지 의문이다. 보통 연락사무소는 대사관을 설치하기 위한 전 단계에서 쌍방간 수도에 설치하는 것이 통상적인 예다. 쌍방간 인질을 잡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개성 공단이 재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락사무소에 상주하는 직원은 유사시에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에, 왜 개성이냐는 문제가 중요하다. 평화구축 관련한 부분에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전환한다는 내용은 이미 예고됐었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평화 수역 문제다. 사실 10·4 선언에서도 국내적으로 논란이 야기됐던 게 NLL 문제다. 이 경계선과 충돌 현상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3자회담, 다자회담, 종전선언 이런 이야기들은 10·4 선언의 판박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예전과 달리 3자를 남북미, 4자를 남북미중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미국에 대한 유화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북한이 중국보다 미국을 더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미국이 미소 짓게 한 것이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공의 목표를 갖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 문구가 지뢰밭으로 보인다. 주어가 남과 북이다.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북 뿐만 아니라 한국도 포함된 것이다. 북한은 주한미군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미국이 남측에 제공하는 핵우산까지도 철폐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북한의 이러한 기존 입장이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의 비핵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