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은 북한이 연평도에 무자비한 포격 도발을 자행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새삼스럽게 이날이 기억되는 것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현 시점에서 유력 대선 후보들의 애매한 행보 때문이다. 이날이 엄연히 대한민국의 영토가 공격당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수호하고 군(軍)통수권자가 되겠다는 대선 후보들은 이 사건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제시하거나 향후 대응 의지를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질 않고 있다.
5년 동안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라면 다음 몇 가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대선 후보들은 자신의 대북관(對北觀)을 명백히 천명해야 한다. ‘민족’이니 ‘평화 공존’이니 하는 정치적 수사(修辭)는 통일이나 평화 정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또, 당시 희생된 장병과 그 유족들에 대한 모독일 뿐이다.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통일’은 북한의 대남 적화(赤化) 야욕이 있는 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평화는 평화를 지킬 능력과 강한 의지가 있을 때 유지된다. 이에 관한 유력 후보들의 대북관을 확실히 알고 싶지만, 요즈음 대선 캠페인에는 이것이 아예 빠져 있다. 정치지도자들의 행태가 이러니 군 핵심 장교들이 K-2 전차 핵심부품 비리를 저지르는 등 기강(紀綱)이 해이해지는 것이다.
둘째, 강한 국가 수호 의지와 굶주리는 북한 주민의 구호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상보적(相補的) 관계에 있다. 대선 후보들이 복지타령이나 하는 한국의 ‘배아픈 세력’의 눈치만 보고 국가 보위(保衛)에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오히려 ‘배고픈 북한 동포’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안보가 곧 복지다.
셋째, 2010년 이날의 기습 만행을 하나의 ‘사건’이나 자신들이 즐기는 정치적 퍼포먼스 정도로 여기지 않는다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과연 승전인지, 아니면 패전인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승전이라면, 이에 따라 누구에게 상훈(賞勳)을 수여해야 하는지 향후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경우 대처 전략 등을 국민에게 명백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패전이라면, 패인은 무엇이며 이에 따라 군사적 대응 전략은 어떻게 수정할 것이며, 군의 사기는 어떻게 진작시킬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이 문제를 얼버무리면, 일반 국민과 자라나는 아이들의 국가관과 국가 수호 의지 등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연평도 포격에 따른 교전이 승전인지, 패전인지부터 명백히해야 한다.
넷째, 북한의 무력 도발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재정적 보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과와 재발 방지 등 북한을 강제할 수 있는 실행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특히, 학생들에게 이 실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사한 도발이나 기습공격을 잠정적으로 용인하는 셈이 된다.
다섯째,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비롯한 영토 논의로 연결된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NLL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나 우리의 경험칙으로 볼 때, 주변국 중국과 일본은 한시도 영토적 야심을 포기한 적이 없는 나라들이다. 특히 중국은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북한 편에 선 사실을 좌시해선 안 된다. 아무리 이웃 국가라 하더라도 그들이 맹방인 미국과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하여…’라는 선서를 한다. 요즈음 유력 대선 후보들의 행보는 철부지 3대 세습 북한 정권의 눈치만 보면서 이 선서에 담긴 헌법정신과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