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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과 꿀통
 땡초_
 2019-05-27 12:29:22  |   조회: 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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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한 50년도 넘은 얘기다.

내가 국민학교 갓 입학할 당시를 돌아보면 전국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50%는 넘었고 아스팔트 대신 비포장길이 적어도 60~70%는 되지 않았나 짐작된다.

그나마 전기가 들어오는 읍내를 비롯한  주변 일대는 다행이지만

첩첩이 끝없는 산으로 둘러쳐진 산골의 밤은 말 그대로 적막강산이다.  

특히나 산골은 해가 기울면 금방 어둠이 내리기에

집집마다 모두 저녁을 일찍 해먹고 군불을 때고 부엌문과 삽작문을 걸어잠근다.

야심한 시각 가지각종 산짐승들 우는 소리가 곳곳에 들려온다.

어떤 때는 바로 방문앞이나 뒤안에서 꿰~~액 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날때도 있었다.

그런 소리는 어른들도 쫄게 만든다 아이들은 더더욱 기암을 하고 이불속을 파고든다.

그때만 해도 대부분 지역은 늑대를 비롯한 여우과 짐승들이 많았다.

마을의 개들이 한쪽으로 미친듯이 짖어대면 마을 어른들이 모여 산쪽으로 

요란하게 꽹과리를 두들겨 짐승들을 내쫓기도 했다.

이튿날 보면  닭장이나 토끼장이 쑥밭이 되어있거나 개를 물어가는 일도 벌어졌다.

요즘 수풀이 무성한 곳곳에 멧돼지들이 출몰하는 현상과 비슷하다.

그때는 멧돼지보다 늑대를 비롯한 여우과 짐승들이 우글거렸다는 것이 다르다.

여느곳에는 늑대가 사람을 물고 갔다더라 소문이 돌기도 했다.

늑대나 여우는 집요하게 사람 주변을 쫓는 습성이 있는데 대낮에 밭일을 나갔다가 

어른이 방심하는 사이 아이를 물고 바람처럼 달아나는 끔찍한 일이 실지로 벌어졌던 것이다.

예전에는 어디를 가나 산짐승들이 무서웠다면 두번째는 역시 사람이 무서웠다.

요즘도 사람이 무섭다고 하지만 그때도 사람으로 표현하기 힘든 남파 무장공비들이었다.

땅굴이나 무성한 녹음기를 타고 민가로 출몰하는 공비는 산짐승과 격이 달랐다.

무장공비가 언제 어느 시에 어디로 출몰할지 그 공포는 산짐승에 비할 바가 아니었던 것이다.

울진 삼척에서 일가족을 끔찍히 살해한 무장공비 사건만 해도 그렇다.

좌파들은 6.25참상을 알리거나 전시를 해도 심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무장공비의 만행을 알리는 교과서가 싫었던 나머지

끝내는 이승복의 '공산당이 싫어요'는 교과서에서 삭제되는 참상이 벌어진다.

이제 앞으로 북괴의 판문점 도끼만행과 청와대 기습 김신조 32인조 떼간첩 사건도 

김현희 KAL기 폭파를 비롯한  최근의 천안함 피격까지 모두 조작이라고 

6.25는북침이라고 날조되어 교과서에 실린날도 머잖아 보인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60년 여년전에는 산짐승과 김일성 괴수가 내려보낸 

사람아닌 남파간첩들이 최고로 무서웠던 시절이었다.

전기도 없고 차도 없는 시골은 밤만 되면 사람들은 방문을 걸어잠그고 

날이 샐때까지 마당밖을 나서길 꺼리는 그런 시절이었던 것이다.

그때 시대를 반영하는 가장 친숙하고 유용한 물건이 바로  '요강'이었던 것이다.

산짐승이 무섭고 남파간첩 때문에 요강이 나왔다고 여기서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좌우간 그때는 거의 집집마다 윗목 머리맡에는 '요강'이란게 있었다.

뒷간은 마당한켠 뚝 떨어져 있고 

밤중에 설사가 났거나 급한 일이 아니면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방 요강에 볼일을 보았다.

특히 단칸방을 쓰는 가정은 밤중에  웃지못할 헤프닝이 많이 벌어졌다.

사랑채는 군불을 지피고 생고추를 널어놓고 고추를 말릴때는 큰방에 대 가족이 모인다.

아랫칸 웃칸 옆칸 열두대문 부잣집이라면 다르겠지만 

할배 할매 아버지 어머니도  형도 누나 온 식구가 한 방에서 새우잠으로 같은 요강을 쓴다.

어쩌다 귀한 손님이 와 며칠씩 묵어갈때도 머리맡에 놓인 요강은 똑같다.

잠눈이 밝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밤에 누가 오줌을 몇번 누는지 그것도 훤히 꿸 정도다.

생리현상은 며느리라고 별수 없듯이 시아버지 시어머니 머리맡에

궁댕이 까고 오줌을 누는 것은 똑같다. 요강이란 것이 궁둥이가 작으면 유리하고 

궁둥이가  크면 불리하여 오줌이 사람머리 맡으로 튈 가능성이 있다보니

사람마다 체형마다 요강에 올라앉는 모양의 자세도 제각각이다. 

나는 요강에 앉으면 이상하게도 꼿꼿하게 허리를 펴는 습관이 있었다.

(내가 만약 요강 의자를 썻더라면 나는 이처럼 허리병으로 고생은 안했을 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잠결에 요강을 찾느라 더듬거리다가 할아버지 머리에 실례를 하거나 

요강을 엎지르는 불상사도 가끔 일어난다.

요강이란 모양새 부터가 양파모양으로 측면에서 힘이 가해지는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쉽게 옆으로 홀라당 넘어 구르는 특성이 있다.

요강을 엎지르는 날은 아닌 밤중에 온가족이 오줌 홍수를 맞고 잠을 설치기도 하는것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잠결에 오줌이 마려울때는 더 죽을 맛이다.

이불속을 나가기도 어렵다 단잠을 못이겨 그대로 자다보면 이불에 지도를 판판이 그린다.

먹는 것도 들쑥 날쑥  소나기 음식으로 배탈이 날때가 있다.

어른들이야 잠깐 뒷간에 갔다오면 될 일이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요강에 의지한다.

마당에 얼른 똥을 싸고 냉큼 방으로 뛰어드는 방법도 간 큰 아이들이나 할짓이지 그것도

늑대에게 물려갈까 겁이난다.

어쩔수 없이 요강에 똥을 누게 되면 냠새가 아주 고약하기 마련이다.

그 위에다 오줌을 누면 오줌이랑 똥이랑 요강에서 믹서가 되어 그 역한 냄새는 머리맡에서 

밤새도록 진동을 하는 것이다.

요강은 대체로 두 종류인데 가장 흔한것이 사기로 만든 것과 얇은 철로 만든 것이었다.

사기 요강은 두툼하고 무겁고 특성상 날씨가 습한 날은 사기 특유의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철재 요강은 스텐도 아니었고 스텐은 한참후에 나왔지만

몸무게가 좀 나가는 사람은 조심해서 앉아야 할 만큼 얇은 재질에 뚜껑이 있었고 

사기요강 보다는 조금 비쌋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애들은 요강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인터넷으로 찾으면 정보를 알수있다.

요강이란 한때 우리 옛 사람들로 부터 내려온 아주 유용하고도 기막힌 물건이었다.

외국의 경우는 잘 몰라도 우리 요강의 유래는 어렵잖게 짐작을 하게한다.

이래 저래 지금은 자취를 감춘 요강은 고마운 존재였다.

요강만큼 대중적인 것은 아니지만 요강말고 비슷한 또하나 물건이 있었다.

바로 꿀통이란 것이다 요강보다는 크기가 약간 적지만 고급지게 이쁜 사기 용기로 

뚜껑이 달려있고 표면은 가지각종 문양이 그려져 있다.

용도를 잘 모르겠지만 꿀을 담을 만큼 귀하다 해서 아마 꿀통으로 부른 모양이다.

조금 부잣집에 가보면 실지로 꿀을 담아 장식용으로 놓고 오는 손님들께 자랑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꿀통을 부정하는 사건이 하나 터지는데 

세월은 흘러 90년대 말 쯤인가 한 외곽지의 저택의 부잣집에 문상을 가게됐다.

꽤 먼거리의 장지까지 따라가는 사정이 생겨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도우다가 

꿀통 비슷한 용기가 언뜻 보였는데 무엇이 담겼을까 했지만 내용물은 꿀은 아닌듯 했다.

좀 설명을 한다면 꿀통에는  좀 보기도 역한 내용물이 담겨있었다.

고인이 평소  폐가 좋지 않아 밤낮 지독한 악성 기침에 시달리면서 가래를 뱉아냈는데 

그 꿀통의 용도가 고인의 가래통이었던 것이다.

그 꿀통을 매일 깨끗이 바워야 하는 그 며느리의 정성도 집작이 갔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요강보다 꿀통에 대한 기억은 더 표현하기 조차 어렵다.

요강도 꿀통도 그 속에 무엇이 담기는가 달라지는 것은 사람에 달렸으니 어쩔수가 없다.

 

2019-05-27 12: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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