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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트루먼의 리더십을 생각한다 (매일신문)
 이상돈_admin
 2015-03-07 01:24:37  |   조회: 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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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2015년 3월 6일자

[이상돈의 소리와 울림]

해리 트루먼의 리더십을 생각한다

겸손한 서민 출신 대통령 트루먼
자신보다 훌륭한 인물 주변에 기용
참모·장관들 의견에 항상 귀 기울여
국민·참모와 不通 박 대통령과 비교

미국의 역사학자나 정치학자가 대통령 당선인에게 꼭 읽기를 권하는 책은 데이비드 매클로가 쓴 <해리 트루먼>이다. 트루먼 대통령의 일대기인 이 책은 1992년에 나왔는데, 본문만 1천 쪽에 달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4번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부통령이 된 트루먼이지만 루스벨트는 원자폭탄 개발 등 전쟁 진행 상황을 트루먼에게 알려 주지 않았다. 루스벨트가 휴양지에서 사망하자 트루먼은 부통령이 된 지 82일 만에 대통령이 됐다. 트루먼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내각을 이끌고 2차대전을 마무리했다. 트루먼은 일본 본토에 대한 무차별적 공습과 원자폭탄 투하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린 용기있는 지도자였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동서 냉전이 시작되자 트루먼은 육군참모총장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 마셜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다. 트루먼은 1차대전 당시 포병 대위로 참전했는데, 미국 원정군의 참모로서 명성이 높았던 마셜을 존경했다. 1948년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승리한 트루먼은 건강상 이유로 사임을 청한 조지 마셜의 후임으로 국무차관이던 딘 애치슨을 임명했다.

북한군이 한국을 침공하자 트루먼은 미군을 한국에 파병하도록 지시했다. 트루먼은 국방 태세를 게을리한 책임을 물어 루이 존슨 국방장관을 해임하고 은퇴한 조지 마셜에게 국방장관을 맡아 주기를 부탁했다. 마셜은 미군을 정비해서 한국에서의 전쟁을 이끌었다. 트루먼은 본국의 지휘 체계를 무시하고 전쟁을 확대하려는 더글라스 맥아더 사령관을 해임했다. 맥아더를 해임하자 트루먼의 지지도가 폭락했지만 트루먼은 개의치 않았다. 트루먼은 소신 있는 대통령이었다.

트루먼은 2차대전 후 귀향한 장병들에게 정부 장학금을 주어서 대학에 다니게 했고,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을 이어받아 사회복지를 확충했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미국은 1950년대의 번영을 열 수 있었다. 트루먼은 유럽에서 공산체제의 확장을 막아 내겠다는 ‘트루먼 독트린’을 선포하고 공산화 위험에 빠진 그리스를 지켜냈다. 트루먼은 ‘마셜 플랜’을 가동해서 폐허가 된 서유럽 국가들을 재건토록 했다.

트루먼은 겸손한 지도자였다. 미주리 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란 그는 대학을 나오지 못했지만 젊은 시절 책을 많이 읽었다. 육군 장교가 되길 원했던 그는 근시를 숨기고 장교 후보생이 될 수 있었다. 평범한 서민 출신 대통령인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고향을 찾아 마을 사람들과 격의 없이 어울렸다. 트루먼은 자신보다 학력과 경력이 훨씬 뛰어난 조지 마셜, 딘 애치슨, 애버렐 해리먼 같은 기라성 같은 인물을 주변에 두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서유럽을 돕기 위한 계획에 ‘마셜 플랜’이란 이름을 붙이려 하자 정작 마셜 국무장관은 자신의 이름을 붙일 수는 없다면서 ‘트루먼 플랜’으로 하자고 했다. 하지만 트루먼은 “당신이 입안한 계획이니 당신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해서 ‘마셜 플랜’이 됐다. 애치슨 국무장관은 이런저런 회의로 유럽 출장이 많았는데, 힘든 협상을 마치고 돌아오는 애치슨 장관을 대통령인 트루먼이 손수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기도 했다. 1952년 대선에 공화당이 아이젠하워를 후보로 내세우자 민주당에선 아무도 후보로 나서려 하지 않았다. 트루먼은 일리노이 주지사이던 애들라이 스티븐슨을 만나서 “나같이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도 대통령을 해냈는데, 당신은 나보다 공부도 많이 했고 유능하니까 더 잘할 수 있다”고 설득해서 대선에 나서도록 했다.

트루먼은 한국전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임기를 끝내는 것을 아쉬워했다. 트루먼은 자신의 2기 행정부에서 4년 동안 국무장관을 지낸 딘 애치슨이 자택에서 베푼 송별파티에 참석한 후 기차에 몸을 싣고 고향 미주리로 향했다. 워싱턴 역에는 트루먼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트루먼은 부인과 함께 차를 몰면서 많은 곳을 여행했다. 주민들은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트루먼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국민과의 소통은커녕 참모들과 소통도 못하고, 좋은 사람을 기용하기는커녕 도무지 인사를 하지 못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있자니 트루먼 대통령의 겸손하고 소탈한 리더십이 새삼 돋보인다.

중앙대 명예교수
2015-03-07 01: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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