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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대통령 특보단 (광주일보)
 이상돈_admin
 2015-03-06 13:49:14  |   조회: 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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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6일자 이상돈의 '바른 소리'

기상천외한 대통령 특보단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특보 3명과 홍보특보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비상임직이라고는 하지만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인 주호영 의원,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를 지낸 김재원 의원과 윤상현 의원을 정무특보로 임명하고 4·11 총선 때 정통민주당을 이끌었던 김경재 전 의원을 홍보특보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현역 의원을 대통령 특보로 임명한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도 어긋나고, 개개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비추어 볼 때에도 참으로 엉뚱한 일이다. 그런 고려가 없이 임명한 사람도 그렇지만 기꺼이 그 직위를 받아들인 국회의원들도 한심하다.

대통령은 필요한 경우 어느 의원이라도 만나거나 전화를 해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정상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청와대 비서관들과 함께 회의에 참석해서 대통령 말을 받아 적는 모습을 연출한다면 그것은 한 폭의 코미디이다.

김경재 전 의원을 홍보특보로 임명한 것도 희한한 일이다. 김경재 전 의원이 무슨 홍보전문가인지 알 수 없거니와 그 자신이 어떤 대표성과 상징성을 갖는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다 알다시피 지난 4·11 총선 때 한광옥 국민통합위원장과 김경재 전 의원은 정통민주당을 창당해서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본인들을 포함해서 정통민주당의 모든 후보가 낙선했지만 수도권에 후보를 낸 지역에선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표차로 당선된 경우가 몇 군데 있었다. 정통민주당 후보가 민주당 표를 잠식했기 때문이다. 한광옥 위원장과 김경재 특보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했지만 호남 득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대통령 특보는 비서실장이 이끄는 비서실 조직과는 별도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독자적 위치를 가져야 의미가 있다. 미국은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그런 지위를 부여해 오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 시절 안보보좌관을 지낸 맥조지 번디가 그러했고, 닉슨 대통령 시절에는 헨리 키신저, 그리고 카터 대통령 시절에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그러했다. 이들은 각각 하버드 대학원장, 하버드대학 교수, 그리고 컬럼비아대학 교수를 지낸 저명한 학자 출신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특보로 기억될 만한 인물은 1970년에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기용된 박종홍 교육문화특보와 함병춘 외교안보특보이다. 박종홍 특보는 서울대를 정년 은퇴한 저명한 철학자였고, 함병춘 특보는 미국에서 로스쿨을 나온 후 연대 교수를 지내던 중견 법학자였다.

박종홍 특보는 건강을 해쳐서 1976년에 사망했고, 함병춘 특보는 나중에 주미 대사를 역임한 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다가 아웅산에서 사망했다. 함병춘 특보는 10월 유신 후 긴장이 높았던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종홍씨와 함병춘씨는 각각 자기 분야에서 박정희 정권에 봉사하는 것이 조국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청와대에서 근무할 시절에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10월 유신 조치가 있었고, 인혁당 피고인들이 무고하게 사형을 당하는 등 인권이 심각하게 유린됐다.

당대의 최고 지식인이었던 이들이 이 같은 민주주의 파괴와 인권침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반면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낸 맥조지 번디는 자신이 추진했던 베트남 전쟁이 처절한 실패로 끝난 데 대해 평생을 두고 괴로워했다. 젊은 나이에 하버드 대학원장으로 임명되어 미국 지성계의 떠오르는 해였던 그는 하버드에 복직도 하지 못한 채, 수많은 인명이 헛되이 희생된 전쟁을 돌아보다가 생을 마쳤다.

이번에 대통령 특보로 임명된 이들은 어떠한 역사의식이나 전문성을 찾아 보기 어려운 그저 그런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쓴 소리를 할 인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가 실패로 끝나도 이들은 그 실패에 대해 책임을 느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현역 의원을 자신의 특보로 쓰겠다는 발상은 기상천외하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100% 대한민국’을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갈수록 국민과 유리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2012년 한해 동안 그를 도왔던 필자는 그 세월을 복기(復棋)하게 된다.

<중앙대 명예교수>
2015-03-06 13: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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