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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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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2-10 23:55:55  |   조회: 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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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386호 2015년 2월 7일자


두 얼굴의 박근혜


- 2012년 정치인 박근혜는 구태정치 척결과 정치 쇄신을, 대선 후보 박근혜는 경제민주화와 국민 대통합을 약속했다. 그런 기대가 ‘대통령 박근혜’를 만들었다. 하지만 기대는 좌절되었다. -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30%로 떨어지자 청와대는 총리를 교체하고 대통령 특보를 새로 임명하는 등 법석을 떨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지도 하락은 예고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미 추락했어야 할 지지도가 부모의 후광 덕분에 지금까지 버텨주었다고 본다.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박근혜 경선 캠프와 새누리당 정치개혁특위의 멤버로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일익을 담당한 나는 전국 각지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에도 참석했고, 영남은 물론이고 호남과 제주도에도 여러 차례 들르면서 민심을 경청했다. 당시 박근혜를 지지했던 민심은 단순히 ‘보수’는 아니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약속한 구태정치 척결과 정치 쇄신, 그리고 대선 후보로서 약속한 경제민주화와 국민 대통합 때문에 박 대통령은 많은 지지를 얻었던 것이다.

내가 만났던 호남 사람들은 비록 그들이 대선에서 야당을 찍겠지만 박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지역 화합을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제주도에서는 박 대통령이 4·3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해주리라 기대했다. 국가 안보와 시장경제 철학에 투철한 박 대통령이기 때문에 남북 대화를 촉진하고 경제민주화를 무리 없이 실천할 수 있다고 보기도 했다. 이런 기대가 ‘대통령 박근혜’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후 그 같은 기대를 간단하게 저버렸다. 윤창중, 김용준 등 초기 인사는 상식에 벗어났을 뿐 아니라 지지자들이 보기에도 황당하기만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잘못되어 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 초입에 있었던 인혁당 사건 관련 인터뷰와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을 계기로 정체성 혼란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국민 대통합이나 경제민주화 같은 어젠다에 대한 관심을 상실했다고 본다. 당시 대선 캠프의 공식 라인을 제쳐놓고 측근 비서들에게 의존하다가 망신을 당했는데도 이후 그들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지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사람의 일생에서 매우 중요한 30대를 박 대통령은 칩거 생활로 보냈다. 그 같은 세월이 자신을 단련시켰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운 오늘의 박 대통령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단점은 정치적 환경이 잘 풀리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차떼기 파동으로 쓰러져가던 한나라당을 천막 당사와 개혁 공천을 통해 살려냈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강단 있는 야당 대표였고,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배하자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여당 속 야당으로 진보 언론으로부터도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박 대통령을 호되게 비판하는 저명한 종교 지도자 몇 분과도 교분을 유지했다. 이런 걸 보며 박 대통령이 정직하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이들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결정지었던 유권자였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박 대통령에게 환멸을 느끼고 지지를 접었다. 아직도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계층은 극우 성향 사람들과 박정희 향수에 빠져 있는 노년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권의 20~40대 유권자들은 냉소와 적대적 시각으로 박 대통령을 보고 있다.

시골 군수도 보고서만 읽어서는 실패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기간에 자신과 같이 갈 독자 세력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만만하게 부릴 수 있는 사람들로 청와대 참모와 내각을 꾸렸다. 그리고 각료는 말할 것도 없고 수석비서관도 만나지 않았으니, 참으로 희한한 정부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읽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시골 군수도 보고서나 읽고 있으면 실패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성공하는 대통령 리더십의 기본은, 본인은 비전을 제시하고 좋은 사람을 기용해 이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어 일을 할 수 있게 하고,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중 어느 것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박 대통령에게 아킬레스건 같은 존재는 ‘죽은 최태민’과 ‘산 정윤회’다.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쇄신과 통합을 지키고 민심을 존중하는 정치를 하면 이들 이름이 수면 위에 나올 일은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못했고, 이제 온 국민이 정윤회라는 사람을 알아버렸다. 청와대의 정윤회 문건과 김무성 대표의 수첩을 통해 국민들은 ‘문고리 3인방’과 ‘십상시’도 알게 됐다. 이들이 국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대다수 국민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렇게 해서 많은 기대를 받았던 대통령은 추락하고 말았다.
2015-02-10 23: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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